(Written on 15.8.2015 -- 매거진으로 발행하기로 마음을 바꿔서 재발행해요 :) )
바야흐로 호주는 취업 시즌의 끝물입니다.
영주권이 없던 작년 이맘때엔 별 기대 없는 마음으로 호주 전역에 지원 가능한 Graduate Nurse Program (한국으로 치자면 신규 간호사 교육 프로그램 같은 거예요 -- 보통 1년 계약직)을 신청했었고, (당연히 외국인의 신분이었던 저는) 상큼한 탈락을 맛보았죠. 그래도 별로 상처받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영주권만 받으면 당연히 큰 병원에 취직해서 다른 간호사 선생님들처럼 3교대 하며 바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작년 말 멜번으로 이사 오겠다는 결정 뒤에, 한 달 반 동안 열심히 이력서를 돌린 결과 지금 현재 일 하고 있는 작은 Private Clinic에서 Registered Nurse로 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간호사로 일 할 수 있게 된 기쁨도 잠시, Grad Nurse Program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저는 지금 일하는 클리닉 몰래 열심히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답니다.
2016 Graduate Nurse Program 모집이 대부분 끝나가고 있는 지금, 호주 전 역에 있는 병원들에 지원을 했지만 아직 좋은 소식보다는 슬픈 소식들이 자꾸 들려와서 마음이 조금 위축되었어요. ㅠㅠ
제가 처음 간호사의 꿈을 꾸게 된 계기는... 저희 엄마 때문입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간호사로 일 하셨던 저희 엄마는 지금도 간호사로 일 하고 계세요.
제가 어렸을 적에는 너무 바쁜 엄마가 좀 밉고 외로웠어요. 그래서 간호사라는 직업도 싫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엄마처럼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게 지금도 참 신기하고 이상합니다. :)
다만 제가 호주에 오게 된 계기는, 호주까지 와서 Nursing을 하게 된 계기는,
미래에 만날 저의 아이들에게 저희 엄마보다는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주고 싶어서 였어요.
저는 호주에 스물두 살에 왔고,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조기 유학도 아니고, 한국에서 사회 생활을 하다 지쳐 이민을 꿈꾸게 된 케이스도 아닌,
어찌 보면 약간은 어중간한 나이의 외국인 유학생이었거든요.
그때마다 있지도 않은 저의 아이들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웃고는 했었죠. (ㅋㅋ)
그때만 해도, 학교 과정만 끝나면 저는 엄마처럼 큰 병원에서 많은 걸 배우고 3교대에 지쳐 가끔 불평하는 그런 간호사가 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올해가 넘어가면 더 이상 신규 간호사 과정에 지원하는 게 불가능한 처지가 되어버려서... 마음이 조급한 요즘입니다. 신규 간호사 과정을 듣기에는 "Too experienced" 한 간호사가 되어버렸지만, 바로 병동/수술실 간호사로 들어가기에 제가 가진 경험은 너무 부족하거든요. ㅠ_ㅠ
이제 그렇게 꿈에도 그리던 영주권도 나왔는데, 저는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영주권만 나오면 더 이상 호주에서 사는 걱정이 없을 줄 알았는데, 딱 일주일만 콧노래가 나오고 먹고사는 걱정은 늘 똑같은 가봐요. 저는 좋은 간호사가 될 수 있을까요? 제가 꿈꾸던 Nursing을 펼칠 수 있을까요?
오늘도 Resume와 Cover letter 때문에 끙끙 앓는 밤입니다.
한국이든 호주든 어디에서든 취업을 꿈꾸는 모든 분들 파이팅.
간호사 분들도 파이팅 ㅠㅠ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