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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Apr 01. 2024

가족등산 이야기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다이어트 중인 남편을 위해, 건강을 위해 가족등산을 지난주부터 시작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했던 등산. 아이가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초입부터 힘들어하는 나와는 다르게 아이는 성큼성큼 잘도 올라다.

남편의 노래가 이어진다. (정인의 오르막길)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 두자.

오랫동안 못 볼지 몰라."


웃기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던 시간. 정말 웃음기는 사라지고, 오직 앞만 보고 올라갔다.

그렇게 친절하게 SNS에 사용할 사진도 찍어 주었다.

아이는 엄마 아빠의 유치한 장난이 그저 재미있을 뿐이다.


온 가족이 밖으로 나오자, 여행온 은 것들에 웃고 또 웃는다. 아이가 잠시나마 휴대폰을  놓는 시간이 좋다.

함께 자연을 관찰해 본다. 꽃만 피어있는 진달래와 노란 산수유를 발견하고, 움츠렸던 얼굴을 빼꼼히 내미는 새싹들의 앙증맞은 모습이 사랑스럽다. 아직은 앙상하지만 각자 봄을 맞이하고 있다.


photo by misookjung22


그렇게 오르막길을 4번을 올라가자, 정상에 도착했다. 아이도 크게 심호흡을 한다. 오랜만의 땀이 반갑다. 동네가 한눈에 보인다. 어디쯤 우리 집 보일까. 아이와 이쪽저쪽 아본다.


팔각정에 올라가 잠시 쉼을 가진 후 다시 내려왔다.

내리막길도 만만치 않다. 넘어지지 않도록 발끝에 힘을 주면서 걷자, 무릎이 아프다.

아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괜찮아?"


아이신발이 작아졌다면서 불편함을 호소했다. 작년에 산 신발이 벌써 작아졌구나. 내려가서 바로 신발을 사기로 했다.


반쯤 내려오자 사람들이 모여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한분이 앉아 있다. 내려오시다가 미끄러지셨다고 했다. 119에 신고하고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리막길은 어른들에게 쉽지 않다. 내려가다 구급대원들을 만났다. 미소로 감사함을 전했다. 들것을 들고 4분이 차례대로 올라가는 모습에 어른들이 한 마디씩 한다.


"우리나라는 진짜 살기 좋은 나라야. 산에까지 구조하러 오고."


구급대원들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반짝거린다.

덕분에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는다. 세상에 빛과 소금같은 존재다.


등산 후 따뜻한 갈비탕 국물이 들어가자, 근육통이 풀리는 느낌이다. 푸짐한 양으로 든든히 허기진 배를 채웠다. 다음주에도 등산하고 갈비탕 먹자는 말에 남편이 아이처럼 좋아한다.


"아빠는 갈비탕 먹기 위해 산에 오나봐요."  


남편이 어떻게 알았냐며 웃는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이 좋다. 다음주도 우리는  올거다.



건강은 돈과 같다.
우리는 그것을 잃기 전까지는
그 가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 조지 빌링스 -





photo by misookjung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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