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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Sep 30. 2024

엄마의 걱정

검진은 적어도 일 년에 한 번 해야 한다

아침부터 아이가 볼을 잡고 나타났다.

"엄마, 갑자기 어금니가 아파요?"

"이가 썩었나. 엄마가 한번 봐도 될까?"

육안으로는 특별히 보이는 것이 없었다.

"학교 갈 수 있겠어?"

"네"

"그럼 하교하고 치과에 가보자. 통증이 심해서 참기 힘들면 엄마한테 바로 연락 줘."


그러고 보니 코로나 이후 치과를 간 기억이 없다. 매년 방문하던 병원이 있었는데 아이가 자라면서는 따로 챙기지 않았다.


"딸, 어릴 적부터 방문하던 병원에 갈까?"

"엄마,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요."

사춘기가 되면서 아침저녁으로 두 얼굴을 보여주는 딸.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하고 다른 병원에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아이가 어금니 통증을 호소해서 왔습니다."

사진을 찍고 의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학생은 지금 어금니가 많이 썩어서 신경까지 닿았습니다. 신경치료 후 크라운을 씌워야 할 것 같습니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아를 뽑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뇌가 멈춰버렸다. 치료하지 않으면 치아를 뽑을 수도 있다니.

"바로 치료하시겠습니까?"

대답을 재촉하는 선생님에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아이는 신경치료를 받았다. 치료 후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겨울이 치아가 썩어서 신경치료를 했어요."

"신경치료?"

남편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자, 순간 스치는 생각 하나, 다른 병원에도 가보고 치료를 했어야 하는데 너무 빨리 결정한 것은 아닐까. 두려웠다.

남편은 어릴 적 신경치료해 앞니의 신경이 죽어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살짝 까만색을 띠고 있다. 본인의 콤플렉스라는 이야기를 듣자, 아이의 이가 나로 인해 잘못되었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이후 나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신경치료, 크라운을 검색한 후 읽고 또 읽었다. 검색 결과 신경에 닿았으면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의사가 다시 나를 부른다.

"어머님, 신경치료가 모두 끝났고 크라운 본을 떴습니다. 현재 반대쪽 어금니와 앞니 충치가 보입니다. 다음에 방문하시면 크라운 씌우고 그쪽도 치료 들어가겠습니다."


며칠 뒤 크라운을 씌우러 병원에 방문했다. 의사는 크라운을 씌우고 사후관리에 대해 안내를 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이상한 생각들이 자꾸만 나를 공격했다. 간호사에게 오늘은 바쁜 일정으로 충치 치료는 나중에 다시 예약을 잡겠다고 이야기하고 나왔다.


의사의 적절한 안내를 받지 못한 나는 과잉진료를 하지 않을까 불안했고, 아이를 설득해 기존에 다니던 병원을 방문했다.  


차트를 보니 마지막으로 간 날은 2021년 9월이었다. 이후 치과를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정기검진을 코로나19로 인해 잊고 있었다. 엄마의 소홀함 때문에 아이의 치아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미안했다.


의사는 아이의 모든 차트를 확인하고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

"어머님, 차트를 확인해 보니 그때에도 충치가 있어서 체크가 되어 있었습니다. 신경치료는 잘하셨습니다. 충치는 어금니와 앞니가 확인이 됩니다.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선생님은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치아와 치아 사이에는 이물질이 많이 낍니다. 따라서 반드시 치실을 사용해 주셔야 합니다. 지금 크라운 씌운 곳에도 음식물이 끼어서 관리가 중요합니다. 선생님이 설명해 주셨죠?"

"사실은 관리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해 답답해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의사의 설명을 듣고 나니 해야 할 치료를 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 분명 먼저 치료한 의사도 실력이 좋다. 다만, 소통이 아쉬웠다. 두 번째 치과에서는 자세한 설명에 환자가 안심이 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치료 계획을 듣고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전문 분야가 아니면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전문가의 세세한 설명이 환자의 판단에 도움이 된다. 엄마라고 항상 옳은 판단을 할 수 없다. 다만, 결정이 아이에게 득이 되길 바랄 뿐이다. 누군가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에게 솔직한 마음을 전하자, 아이가 웃는다.

"엄마, 난 엄마의 판단을 믿어요. 어떤 것이든 날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요."

아이의 무한한 믿음이 고맙지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제 중학생이니깐 너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해줘. 네 인생을 엄마가 함부로 결정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조언은 할 수 있지만 말이야. "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누구보다 잘 살피고 건강하게 자라겠다고 약속했다. 아이 성인이될 때까지 부모는 일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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