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러운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남편과 내 폰의 알람은 누가 먼저 깨우는지 시합이라도 하는 듯 시끄러웠다. 어제 운동 무게를 늘렸더니 온몸이 뻐근하다. 천천히 몸을 옆으로 돌린 후 손바닥을 짚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머리를 질끈 묶고 양치질한 후, 남편의 아침식사를 순식간에 준비했다. 계란프라이, 낙지젓갈, 김자반, 미역국, 잡곡밥, 사과를 예쁜 그릇에 담자, 그럴싸하다. 남편이 식사하는 동안 오늘의 일정을 묻고 듣는다. 6시가 되자, 아이 방에서 알람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꺼진다. 곧이어 방문을 열고 나온 아이는 드림렌즈를 능숙하게 빼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아침잠이 많던 아이는 중학생이 된 후 변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1시간 동안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 시간이 좋아 매일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일어나더니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렸다. 드림렌즈는 하루 7시간의 수면시간을 확보해야 함을 알기에 아이는 나름의 계획을 세워 지켜나가고 있다.
남편과 오늘의 일정을 나눠본다. 남편의 하루는 아침부터 바쁠 예정이다. 기사님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올해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책임질 일들이 더 많아졌다. 식사를 하는 남편을 보며 오늘 하루 조금만 힘들기를 바라본다.
7시가 되자, 아이가 방에서 나온다. 식탁에 차려진 밥상을 보며 물 한잔을 마신 후 사과를 먹는다. 아이의 먹는 모습만 보고 있어도 이렇게 행복하다니. 언제 이렇게 컸을까. 키도 엄마만큼 컸고, 몸매도 여성스러워졌다. 신체적으로는 성인과 다름없지만, 정신적으로는 사춘기답게 감정기복이 심하다. 아침에는 더 예민하다.
매일 아침 날씨를 확인하던 아이가 혼잣말을 한다. 3도.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아이에게 패딩을 입고 가라고 말해보지만 아이의 대답은 "알아서 할게요."다. 사춘기 아이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 '알아서 할게.'는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만, 가장 큰 의미는 독립성이다. 아이의 독립성은 부모가 아이의 대한 존중과 사랑을 얼마만큼 하느냐에 따라서 다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잊지 말고 이 말을 해야 한다.
"언제든 필요하면 이야기해 줘. 엄마는 너를 도와주는 사람이야."
아이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고개라도 끄덕여 주어서 고맙다. 아이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엄마를, 아빠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내 편이 있다는 생각에 든든할 것이고 외롭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으로 아이의 힘든 시간이 조금 덜 힘들 것이다.
반면, 나는 자라면서 많이 외로웠다. 주변에 가족도 친구들도 많이 있었지만, 허전했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는 항상 혼자라고 느꼈다.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괜찮은 척, 강한 척했다. 그래서일까 어릴 적 친구들과 부모님은 항상 밝은 아이로 기억하고 있다.
내 아이에게는 나와 같은 결핍을 주고 싶지 않았다. 언제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부모가 곁에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눈을 맞췄다. 오늘 아이는 짜증 대신 웃으며 등교를 했다.
온전히 나만 존재하는 시간.
오늘은 수업도 없고, 특별한 일정도 없다.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글은 나만의 목소리로
나만의 색깔과 생각을 담아내면 된다.
글은 나와의 대화 시간이다.
질문과 답을 내가 할 뿐이다.
글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시간이다.
글 쓰는 시간이 즐겁다.
나는 어떤 것들로 하루를 채울 것인가?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