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이열치열 명랑 가족골프
“띵동”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2년 전 첫 라운딩 했던 동해 낙성대 해군 체력단련장에 당첨되었다. 매번 신청을 해보지만 당첨이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3명 모두 당첨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기쁨도 잠시 휴가일정과 맞는 것은 딱 하루뿐이다. 8월 1일 6시 47분으로 확정하고 다른 것들은 취소했다. 이번에는 겨울이도 함께 가기로 했다. (2년 전 겨울이랑 꼭 오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이른 새벽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워 골프장으로 향했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사방이 어둡다. 30분쯤 지나 골프장에 도착했다. 매번 파3만 갔던 겨울이는 잠이 덜 깬 상태로 주변을 살핀다. 옷을 갈아입고 선크림을 듬뿍 바른 후 필드로 나갔다. 해가 중간쯤 떠 있다. 겨울이를 불러 본다. 들리지 않는지 같은 자세로 일출을 보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어깨를 치자, 깜짝 놀라며 쳐다본다. "이제 골프 치러 가자."
캐디와 인사를 나눈 후, 겨울이를 부탁했다. 캐디는 활짝 웃으며 솔톤에 목소리로 "걱정 마세요. 회원님" 말한다. 왠지 모를 믿음이 간다. 캐디는 라인도 잘 보고 눈치도 빠르다. 가장 예쁜 바다뷰 1번 홀에서 가족사진을 남겨본다.
2023. 08.01
겨울이 티샷 차례다. 심호흡을 하며 어드레스(기본자세)를 한다. 완벽하게 중앙에 떨어졌다.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는데도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역시 모든 것은 어릴 적에 해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만 잘 치면 된다. 겨울이에게 멋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겨울이가 다가온다.
"엄마 괜찮아요. 다음에 세컨드샷 잘 치면 되죠."
겨울에 위로가 고맙다. 최선을 다해 집중해 본다. 나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을까. 다행히 공은 그린을 향해 잘 가고 있었다.
엄마는 어딜 가든 마음껏 즐길 수 없다. 아이와 함께 하는 일정 속에서는 아이의 상태가 우선시된다. 최고기온 38도까지 올라갈 것을 예상한 일기예보를 보며 일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이것저것 챙겼다. 수분을 보충해 줄 이온음료, 아침을 대신할 간단한 빵과 김밥, 더위를 식혀줄 선풍기, 넥풍기, 얼음주머니. 아이는 생각보다 더위를 잘 이겨내고 있었다. 하필 휴가 기간이 가장 덥다고 한다. 여기가 한국인지 동남아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체온이 올라가지 않도록 수시로 수분 보충을 해줬다.
한 타씩 신중하게 친다. 2년 만에 필드에 와서일까. 마음과 달리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연습했던 것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괜찮아’를 외치며 남편과 함께 걸어본다. 남편은 다시 자세를 알려주며 왼팔만 신경 쓰라고 한다. 덕분에 실수 없이 파 5에서 5번 만에 그린에 올라갔다. 퍼터만 잘 치면 된다. 못 쳐도 더블보기는 나온다. 집중하며 친 공은 홀 안에 정확히 들어가며 땡그랑 소리를 냈다.
“굿 샷!”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리에 부끄럽다. 홀 안으로 들어가는 땡그랑 소리가 메아리처럼 계속 들린다. 기쁜 마음으로 다음홀로 이동했다. 2번 홀에서는 오케이만 받을 뿐 땡그랑 소리를 듣지 못했다. 골프에서 중요한 것은 18홀을 치면서 전 홀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다.
매 홀마다 새로 친다는 마음으로 쳐야 한다.
골프는 욕심을 내면 절대 잘 칠 수 없다. 욕심이 생기면 힘이 들어간다. 골프는 힘을 빼고 쳐야 한다. 근데 그 힘이라는 놈이 쉽게 빠지지 않는다. 힘을 빼면 스윙이 늦어지고 힘을 주면 자세가 망가진다. 도대체 어떻게 쳐야 할까. 지금껏 한 운동 중에 골프가 가장 어렵다.
처음 파가 나왔던 독도홀은 파3다. 2년 전에는 거리가 짧아서 드라이버로 쳤다. 이번엔 유틸리티로 가볍게 던져본다. 원온이다. 잘하면 파가 나올 수 있다. 신중하게 퍼터를 친다. 땡그랑 소리와 함께 파가 나왔다. 2년 전에 비하면 분명 실력이 늘었다. 혼자 라인도 보고, 거리감도 좋아졌다. 이번홀은 모두 파다. 기분 좋게 다음홀로 이동한다.
겨울이가 세컨드샷을 아이언으로 쳤다.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는데도 발사각이 좋다. 역시 아이들은 금방 배운다. 자세도 유연해서 인지 엄마보다 자세도 낫다. 9홀이 모두 끝났다. 40분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가볍게 파전에 막걸리를 마시기로 했다.
골프는 전반 다르고 후반 다르다. 매번 칠 때마다 신중해야 한다. 열심히 한다고 잘되는 것도 아니다. 골프 점수는 칠 때마다 다르다. 다만 일정한 점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자세를 익혀야 한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해 애칭도 정해 본다. '미쉘제이' (골프천재 미쉘 위가 있다.) 세 자리가 아닌 두 자리가 되는 날까지 나는 나를 응원한다.
모든 것은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