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머리 올린다는 뜻은 그간 과정의 결실을 보는 골프 라운딩을 축하하는 날이다. 즉, 골프 배움의 결실인 첫 라운딩 플레이를 의미한다.
드디어 18홀을 치게 되는 역사적인 날이다. 날씨도 좋고, 함께 할 멤버들도 마음에 든다. 12시 18분 라운딩이라 더울까 걱정했지만 나의 염려와는 달리 바람도 제법 불고, 그늘에서는 시원하기까지 하다. 하늘의 구름들이 나의 첫 라운딩을 응원하는지 맑은 하늘을 선사했다.
1번 홀 285M 정타를 맞으면 120 정도 나올 텐데 긴장 속에서 드라이버를 쳤다. 다행히 무리 없이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다행이다.’ 다들 잘했다며 칭찬해 준다. 아직 우드는 어렵다. 남편이 아무리 설명해 주어도 성공률은 30%다. 우드는 이번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유틸리티를 꺼내 방향을 보고 자세를 잡아본다. 아직 방향 보는 것이 익숙지 않다. 캐디가 달려와 방향을 다시 봐준다. 실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만족하며 한 타 한 타를 쳤다. 이제 65M 남았다. P 채를 꺼낸다. 이번에는 그린으로 올릴 생각이다. 빈 스윙을 두 번한 후 쳤다. 아무리 보아도 공이 보이지 않는다. ‘어 공이 어디 갔지?’ 어리둥절한 나와 달리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빈 스윙 그만하시고 이제 치시죠.”
분명 쳤지만 공은 맞지 않았다. 공은 페어웨이에 그대로 있었다. 쥐구멍이라고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지만 아닌 척하며 다시 쳐본다. 이번에는 제대로 맞았다. 아쉽게도 공은 그린 뒤로 넘어갔다.
남편이 다가온다.
“필드에서는 보내려고 하는 곳보다 짧게 쳐서 굴려 보내야 해요.”
아 그런 거였구나. 캐디가 그래서 55M만 치라고 했지만 의욕이 앞서 힘껏 쳤다. 역시 골프 칠 때는 캐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프로치 후 그린에 안착했다. 퍼팅할 차례다. 크게 심호흡하며 준비한다. 캐디가 방향을 보고 공을 다시 놓는다. "오른쪽 홀컵 끝을 보고 치실게요." 겨드랑이에 팔을 붙이고 초집중해서 뒤로 간만큼 공을 앞으로 밀어주었다. 초록색 그린 위에 하얀 공이 굴러간다. 홀 근처에 멈췄다. 여기저기서 나보다 더 아쉬워한다.
‘캬, 이건 뭐지 너무 재밌다.’
par4에서 6번 만에 공이 들어갔다. 더블 보기라니 성적이 나쁘지 않다. 연습장에서 연습할 때보다 잔디를 밟으며 남편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강릉 공군 체력 단련장에는 골프채만 실을 수 있는 카트가 있다. 사람들은 전 홀을 걸어 다녀야 한다. 경력 있는 캐디 덕분에 첫 라운딩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9홀을 마쳤다. 잠시 휴식시간을 갖은 후 다시 후반전이 이어진다.
‘나는 잘하고 있고, 남은 홀도 잘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10홀을 치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괜찮겠지 하며 치는데 생각과 달리 비는 점점 많은 비를 뿌리고 있었다. 캐디가 다가온다.
“잠시 쉬었다가 칠게요.”
캐디는 여기저기 전화를 하며 상황 파악을 하느라 바빠 보인다. 반면 나는 갑자기 내린 비로 더위를 식힐 수 있어 반갑다.
“오빠, 사진 좀 찍어줘.”
우산을 들고 걸으며 포즈를 취해 본다. 비는 쉬이 멈추지 않을 듯하다.
얼마나 대기를 했을까. 캐디가 뛰어온다.
“아무래도 안될 것 같습니다. 게임종료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금액은 환불된다고 합니다.”
18홀 라운딩은 처음인데 이렇게 끝나다니 아쉬움 가득이다. 모두들 옷은 흠뻑 젖었지만 갑자기 내린 비 덕분에 시원하게 라운딩 해서 좋았다고 한다. 골프의 매력은 뭘까. 좋아하는 사람들과 걸으며 운동 이야기, 일상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연습장에서는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필드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운동이다. 거기다 골프장은 왜 이리도 아름다울까. 조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부시다. 자연이 주는 풍경과 날씨는 예측 못한 선물로 나에게 다가온다. 이렇게 나의 설레었던 첫 라운딩은 끝났다. 다음 라운딩에서는 18홀을 다 칠 수 있길 바라며 외쳐본다.
나이스 샷!
골프는
즐기는 것이 바로 이기는 조건이 된다.
- 헤일 어윈 -
2021. 08. 02
사진 출처. misookjung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