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홀이란?
티박스에서 그린 앞까지 커다란 연못과 넓은 억새밭이 펼쳐져 있고 티샷 하는 방향이 독도를 향하고 있어 독도 사수의 호국 의지를 다짐하는 홀이다.
이번에 가게 된 곳은 바다뷰 동해 낙산대 해군 체력단련장이다. 강릉에 살고 있는 오빠도 한 번도 당첨되지 않았다. 남편은 어떻게 당첨이 되었을까. 역시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덕분에 다시 한번 머리 올리러 간다. 인원이 한 명 부족해 오빠 지인이 함께 하기로 했다.
6시 45분 라운딩인데 일찍 도착했다. 1번 홀부터 바다뷰라니. 게다가 지금 해가 뜨고 있다.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기에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함께 동반한 정쌤이 부부 사진도 찍어 주었다. 사진을 보고 있자 겨울이가 보고 싶다.
‘이곳에 우리 겨울이도 데리고 오면 좋을 텐데. 멋진 풍경을 엄마 아빠만 봐서 미안하네.’
다음에 당첨이 되면 꼭 함께 오리라 다짐을 해본다.
캐디가 밝은 표정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깔끔한 외모와 복장, 자신감 있는 목소리에 경력이 오래되어 보인다. 1번 홀(330M)은 바다뷰라 멋지지만 잘못하면 바다로 빠질 수 있다며 캐디가 강조한다. 남편이 가뿐히 230M 보냈다. 레이디티로 이동했다. 정쌤의 치는 모습을 보며 방향을 눈에 익힌다. 정쌤에 공은 가볍게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이제 내 차례다. 두근두근 심장소리가 골프장을 가득 메웠다. 심호흡을 크게 한 후, 드라이버를 치고 피니쉬를 3초간 유지했다. 다행히 페어웨이에 공이 떨어졌다. 세컨드샷을 치기 위해 간다. 카트가 오늘 처음 생겼지만 나는 탈 수가 없었다. 비거리가 적다 보니 타는 것보다 걷는 게 더 빠르다. 넓은 페어웨이에 혼자 걸어가자니 쓸쓸하다. 내 마음을 알아차렸을까. 누군가 따라온다.
뒤를 돌아보니 남편이다. 둘이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간다.
“자, 심호흡하고 평소처럼 치면 돼. 공 끝까지 보고, 파이팅.”
남편의 응원에 다시 집중해 세컨드샷을 쳤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렇게 그린까지 겨우 올라왔다. 내가 좋아하는 퍼터를 칠 차례다. 집중하며 2번 만에 넣었지만 트리플 보기(파+3타 홀인한 경우)이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땀이 옷을 적시고 있었다. 8번 홀은 파3다. 거리는 156M다. 짧은 거리라서 파를 욕심내 본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지만 생각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독도홀에서는 파를 쳐볼게요. 다들 응원해 주세요.”
의욕뿜뿜한 나를 모두들 응원한다. 어드레스를 하고 드라이버를 쳤다.
“나이스 샷”
“좋습니다. 그린 옆에 떨어진 듯합니다. 파 가능하시겠어요.”
캐디에 말에 쿵쾅쿵쾅 가슴이 나댄다. 세명은 온그린했다. 다시 내 차례다. 정쌤이 다가오며 떨어질 위치를 알려준다.
“미숙 씨, 여기까지만 치세요.”
퍼터 치듯이 살짝 쳤다. 정쌤이 말한 대로 공이 떨어져 굴러간다. 이게 웬일인가. 홀 근처에서 멈췄다. 1M 거리는 홀인할 수 있다. 캐디가 다가와 다시 한번 공을 닦아준다. 방향도 잡아줬다.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퍼팅을 했다.
땡그랑
들어갔다. 모두들 나이스샷을 외쳤고, 나는 올림픽 금메달을 딴 듯 소리를 질렀다. 라운딩에서 첫 파를 한 역사적인 날이다. 혼자 했다면 절대 못했을 거다. 정쌤과 캐디, 나 셋이서 만들어낸 결과다. 파를 하자, 다음에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샘솟는다. 이번엔 걸어가지 않고 함께 카트에 타고 간다. 몇 달 전 독도를 갔다 와서인지 독도홀이 더 마음에 든다. 이것저것 끼어 맞추며 행복을 만끽한다.
초보 골퍼들은 앞에 나무가 있거나, 해저드만 있으면 긴장해서 스윙에서 실수를 한다. 나 또한 첫 필드이다 보니 장애물만 보이면 위축된다. 독도홀도 앞에 해저드가 있었지만 가볍게 넘겼다.
뭐든지 시작만 하면 성장한다. 이건 진리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길 진짜 잘했다.
정쌤이 곁으로 다가와서 말을 건넨다.
“남편분이 너무 좋으세요. 계속 사진도 찍어주시고, 자세도 잡아주시고, 부럽습니다.”
갑자기 훅 들어온 남편 칭찬에 부끄럽지만 그날따라 남편은 정말 거리도 잘 봐주고 사진도 많이 찍어주었다. 가장 고마웠던 것은 잘하고 있다며 계속 응원해 준 것이다. 이날 남편이 찍은 사진들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사진 속에 나는 프로처럼 멋지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