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골프여행

부부골프와 여자골프 어떤 게 더 재미있을까?

by 정미숙

부부골프

매년 남편이 활동하는 모임에서 가족단위 모임이 이루어진다. 2022년에는 어른들을 위한 골프와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가 진행될 예정이다. 골프를 친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이 치기 좋은 곳, 태기산 cc에 토요일, 일요일 두 번 라운딩을 예약했다. 토요일엔 부부골프, 일요일엔 여자들끼리 골프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골프복으로 갈아입고, 라운딩을 간다. 맑은 날씨와 어울리는 레드색으로 정했다. 골프복을 입자, 거울 속에 어려진 내가 보인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이렇게 짧은 치마를 입을 수 있을까. 골프복이기에 가능하다. 함께 칠 부부와 인사를 나누었다. 민이 씨 아내분은 키도 크고 머리도 길어서 아가씨 같다. 드라이버만 180M 나간다는 말에 살짝 긴장이 된다.


남자들의 드라이버샷이 끝나고 레이디티에서 여자들이 드라이버샷을 준비했다. 민이 씨 아내분은 소문대로 드라이버 거리가 장난이 아니다. 레슨을 받아서일까 자세도 예쁘다. 두근두근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정신을 집중하고 드라이버샷을 쳤다. 휴 다행히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세컨드샷을 치며 그린 위에 도착했다. 확실히 파3를 많이 다녀서 인지 퍼팅이 많이 늘었다.


7번 홀은 오르막이 심한 파 5홀이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드라이버샷을 던졌다. 정타에 맞은 공은 생각보다 멀리 떨어졌다. 세컨드샷 할 차례다. 바람이 분다. 나를 응원하듯 바람은 나의 실력보다 더 멀리 공을 떨어뜨려주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제 어프로치를 할 차례다. 워낙 가파른 홀이라 그린에 잘 올릴 수 있을까 걱정하며 배운 대로 자세를 취해본다. 경사가 있을 때는 몸을 경사도와 같이 만들어 주고 채를 공에 맞춘다는 생각만으로 친다. 피니쉬 동작을 하지 않고 멈춘다. 어프로치를 했다.


땡그랑


이게 무슨 일인가. 세상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파 5에서 4번 만에 홀 인했다. 얼떨결에 버디(파 5에서 4타 홀인한 경우)를 했다. 뜻밖에 결과에 당황한 나머지 기쁨보다는 놀라움이 더 컸다. 남자들도 치기 힘든 홀을 내가 해내다니.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아주 가끔 일어나기도 한다.


노캐디로 운행되는 골프장이다 보니 진행이 느리다. 대기시간이 많아지며 골프장에서는 뭘 해야 할까. 바로 사진 찍기를 하면 된다. 높은 정상에서 부부사진을 담아본다. 풍경이 예뻐서 인지 아무렇게 찍어도 작품처럼 나온다. 덕분에 두 부부 모두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함께 있는 이들과 마음껏 웃는다.


2022.06.25.


여자골프

일요일 8시 20분 티에는 여자들끼리만 친다. 한 번도 여자들끼리 쳐본 적이 없어서인지 기대가 컸다. 남편들은 우리의 생각과 달리 카트 운전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처음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골프라는 매개체를 통해 금세 친해졌다. 언니들의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드렸다. 자신의 모습을 보는 모습에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우리들 실력은 비슷했다. 남편들의 잔소리가 사라진 골프장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제대로 라인을 보지 못해 엉뚱한 곳에 떨어져도, OB가 되어도 괜찮다며 서로를 응원했다. 의상도 칭찬하고 소품도 어디서 샀는지 공유했다.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이제 한 달에 한번 함께 라운딩 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여자골프는 생기발랄하다.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재잘재잘 이야기 꽃을 피운다. 골프가 이렇게 재밌구나.


2022.06.26.


주변에 골프 치는 친구들이 없다 보니 항상 나와의 싸움이다. 그녀들과 함께 공통 관심사를 나누자 즐겁다. 자연과 함께 해서일까 평소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진실한 마음은 어떤 식으로든 상대에게 닿게 된다.

골프는 막막한 삶 속에 웃음을 전해주는 선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세상은 경험한 만큼 나에게 선물을 준다.

오늘이라는 선물, 지금 이 순간이라는 선물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거다.



사진 출처. @misookjung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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