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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윤 Feb 15. 2023

나는 나를 위해 목소리에 대한 글을 쓴다.

2편 :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목소리를 넘어서서.

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브런치의 작가 소개말처럼 나는 목소리를 무기 삼아 말하기를 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이다.

목소리가 나의 약점이었던 지난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 목소리는 나의 무기가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가치 있고 힘이 있는 것이 나의 목소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목소리만으로 돈을 번다. 

나의 목소리가 더해지는 것만으로도 상품과 콘텐츠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목소리나 스피치에 대한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강의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강남의 한 명문 사립고등학교 교사연수에서 선생님들을 위한 스피치 강의를 진행했을 때의 일이다.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피할 수 없는 질환은 ‘성대결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교육직에 종사하는 성대결절 환자는 일반인보다 약 4배나 더 많다. 

심지어 고용노동부에서 교사들에게 제공하는 직업병 안전 수칙의 가장 첫 번째 항목은 성대결절을 주의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고 말을 할 수 있는 건 ‘성대’라는 우리 몸속의 악기 덕분이다. 

교사들은 오랜 시간 말을 해야 하는 직업군이지만, 성대라는 악기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다.

 

악기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상태에서 오랜 시간 연주를 해야 하니 당연히 병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년의 남성분이셨던 한 선생님께서는 강의가 끝난 후, 강의실에 남아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20년간 교직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교사 연수회를 들었지만,
그중에서 오늘 해주신 강의가 제일이네요.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목소리는 분명 오래된 나의 콤플렉스였다. 

하지만 이제는 나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장점이자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만의 전문성이 되었다. 


나의 목소리가 남들처럼만 평범했으면 바랬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오해만 불러일으키는 내 목소리가 한없이 미웠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의 목소리는 오해가 아닌,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목소리가 되었다. 


나는 그 비법을 알리기 위해 책을 쓴다.

얼굴과 달리 성형수술 조차 할 수 없는 목소리를 환골탈태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환골탈태, 뼈를 바꾸고 태를 벗는다는 뜻이다. 

몸과 얼굴이 몰라볼 정도로 아름답게 변하거나 완전히 새로워졌을 때 우리는 이 말을 쓴다.


나는 목소리를 바꾸기 위해 짧지 않은 시간과 적지 않은 돈을 썼다. 

오랜 시간 프리랜서 성우로 일 하며 다양한 소리가 내는 방법을 익혔고, 

발성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4년 가까이 뮤지컬을 배웠다. 


시중에 나와있는 목소리와 관련된 책들 역시 대부분 읽었다. 

목소리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발성 훈련을 하며, 나의 목소리는 완전히 새로워졌다. 


어린 시절의 나를 기억하는 친구들은 완전히 달라진 나의 목소리에 무척 놀란다. 

최근에 고등학교 후배를 만나 밥을 먹었는데 나와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내내,
후배는 내 목소리에 감탄을 했다. 
후배는 자신이 감탄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 내 목소리가 자신의 기억 속 목소리와 몰라볼 정도로 달라진 목소리라서.
두 번째, 완전히 달라진 지금의 내 목소리가 황홀할 만큼 좋아서. (실제 후배의 표현이 그러했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타고난 목소리를 바꿀 수 없지 않나요?” 
그렇다. 우리의 목소리는 타고난 악기인 성대의 굵기와 길이에 따라 어느 정도 음색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목소리에 대한 글을 쓰고,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나의 글을 읽는가?


타고난 자신의 목소리를 가장 매력적인 목소리로 만드는 것을 돕기 위해서다.

타고난 나의 목소리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근사한 소리로 만들기 위함이다.


세계 인구 80억 명의 시대다. 

이 지구상에 80억 명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80억 개의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없듯,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목소리를 결정하는 3대 요소인 호흡과 성대 그리고 공명 구조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의 목소리는 이 지구상에서 오직 나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나만의 소리인 것이다.


목소리는 청각적 지문이다. 

나의 성격과 개성, 나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나타내는 지문인 것이다. 

나의 청각적 지문을 가장 매력적인 소리로 만드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사실, 나에게는 괴짜 완벽주의가 있어 어떠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완벽에 완벽을 더할 때까지 나 자신을 괴롭히는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목소리는 그 이름처럼 ‘소리'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내용을 텍스트로 온전히 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주제로 글쓰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사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처럼 목소리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누군가에게 목소리가 더 이상 콤플렉스가 아니라 그 사람만의 고유한 매력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사랑하게 되고, 

다른 사람도 그의 목소리를 사랑하게 되는 작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힘 중 수치로 가장 측정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회복력이라고 한다. 

회복력을 측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상처받았던 사람들의 회복력이 

두드러지게 강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다른 사람이나 다음 세대 혹은 다른 생명을 생각할 때. 

그때 인간은 놀랍게 회복된다고 했다. 


내가 지난 인생을 살아오며 느꼈던 목소리에 대한 오해와 상처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가 공부하고 직접 훈련했던 노하우를 내가 쓰는 글에 담아야지' 생각한다.


내가 쓰는 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완성되는 순간을 그려본다. 

나의 글이 자신의 목소리를 사랑하고 더 나아가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과거 목소리로 상처받았던 시간들로부터 놀랍게 회복되는 듯하다.


나는 나를 위해 목소리에 대한 글을 쓴다.

어딘가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목소리로 고통받고 있을 과거의 나를 닮은 이들을 위해.

그들을 위해 글을 쓰며 놀랍도록 회복될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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