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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윤 Feb 09. 2023

나는 왜 목소리에 대한 글을 쓸까

1편 :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나의 목소리가 미웠다.

중학생 때,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경비실에 들렀다. 

경비실에 보관된 택배를 가져오기 위해서였다. 


수령자란에 내 이름을 또박또박 적은 후 
택배를 가지고 집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잠시 후 경비실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경비 아저씨가 이렇게 물으셨다. 

“방금 네 누나가 택배 가져갔거든? 제대로 가져간 건지 물어볼래?”


누나가 가져간 택배… 나는 외동딸이다. 

그러니까 우리 집에는 나를 누나라고 부를 남동생이 없다. 

게다가 전화를 받은 나는 누군가를 누나라고 부르는 남자아이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경비 아저씨께서는 내 목소리를 어린 소년의 목소리로 착각한 것 같았다. 

아까 택배를 가져간 것은 소녀였으니 그 소녀의 남동생이구나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나는 이런 오해가 익숙했다. 

낮고 허스키한 음색 덕분에 남자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저 누나 없는데요. 저 여잔데요.” 

이런 상황이 제법 익숙했던 나는 나와 내 목소리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귀찮았다. 


정확히 말하면 귀찮아서가 아니라 

내 목소리에 대한 오해를 해명해야 하는 것이 싫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런 상황들이 제법 상처였던 것 같다. 


다른 친구들보다 낮고 걸걸한 목소리 때문에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고, 오해를 받는 상황들이 창피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오해들을 그냥 속으로 삼켰다. 이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경비 아저씨께 내가 여자라는 것을 밝히고, 

여자치고는 목소리가 낮은 편이라고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아저씨가 오해하도록 내버려 두는 편을 택했다.



“잠시만요.”라고 말하고 내가 가져온 택배물을 확인했다. 

우리 집의 주소와 우리 가족의 이름이 적힌 우리 집 택배가 맞았다.
나는 대답했다. 
“저희 집 택배 맞대요.” 


“저희 집 택배 맞아요”가 아니라 “저희 집 택배 맞대요”라고 나를 숨겼다

마치 제삼자가 말하는 것처럼, 

내가 직접 본 것을 남이 본 것처럼 말한 것이다. 

정말 나에게 누나가 있는 것처럼.


그러자 경비 아저씨는 어른이 말하는데 귀찮아서 

누나한테 묻지도 않고 대답을 한다며 나를 꾸중했다. 

그리고 “누나에게 어서 물어봐!”라며 나를 보채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나의 목소리로 1인 2역을 했다.


“누나, 그 택배 우리 집 택배 맞아?” 낮은 목소리의 내가 물었고 
“어~ 맞아!” 높은 목소리의 내가 대답했다. 

“들으셨죠? 누나가 저희 집 택배 맞대요.” 

전화를 끊은 후 나는 조금 많이 속상했다.


목소리 때문에 남자아이로 오해받던 

한 여자 아이의 고민은 시간이 흘러도 계속 됐다. 
아니, 시간이 흘러서는 또 다른 오해로 번졌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더욱더 허스키해진 목소리 탓에 친구들로부터 

“너 담배 피워?”라는 질문을 자주 들어야만 했고, 

처음 뵙는 선생님들로부터 흡연자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잦았다. 


어쩌면 고등학생 때 학급 회장, 전교 부회장, 

전교 회장까지 석권하며 모범생으로 학교 생활을 했던 것은 

이런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던 나의 방어기제였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목소리는 여자인 친구들보다 훨씬 낮고 거칠었다.

간혹 남자인 친구들보다 내 목소리가 낮은 경우도 있었다.


다른 성별로 오해를 받게 되는 목소리. 

비흡연자인 내가 흡연자로 오해받는 나의 목소리는 오래된 나의 콤플렉스였다.


과거의 나는 그랬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다르다.


나는 지금 목소리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목소리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서다.

어떻게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목소리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게 된 것일까?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브런치 작가 소개란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목소리를 무기 삼아 말하기를 업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어요.”


나의 브런치 작가 소개.



<나는 왜 목소리에 대한 글을 쓸까> 2편으로 곧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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