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언어적 표현이 갖는 힘 그리고 메라비언의 법칙에 대하여
모든 것을 베어버릴 수 있는 날카로운 칼날보다
그저 종이에 서걱대는 펜 끝에서 나오는 글의 힘이 더 강할 때 하는 말입니다.
직접적인 폭력보다도 글에 담긴 생각의 힘이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때로는 직접적인 것보다 간접적인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적인 말보다도 강하게 전달되는 것들이 있지요.
제스처, 표정과 같이 몸으로 말하는 것들이 그 예입니다.
언어만큼 명확하지 않지만
때로는 언어보다도 분명하게 전달이 되는 것들.
우리는 그것을 비언어적 표현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몸짓은 때로 어떤 말보다도 강하고
어떤 몸짓이 어떤 말보다 강하게 전달될 때.
그러니까 백 마디의 말보다 하나의 몸짓에
우리는 감탄하고 환호합니다.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는 연설가들이나
정치인들이 비언어적 표현을 부단히 연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의 몸짓에는 백 마디의 말보다도 강한,
감히 말로는 설명하지 못할 무언의 힘이 있거든요.
비언어적 표현의 힘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2021년 03월 23일 한 이사회 회의에서 있었던 연설이 좋은 예시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오하이주 웨스터 체스터 이사회 회의,
이곳에서 1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연설을 진행한 사람은 리 웡입니다.
리 웡은 웨스트 체스터 타운십의 이사이자 아시아계 퇴역 미군입니다.
우리에게 비언어적 표현이 갖는 그 힘에 대해 보여줄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퇴역 미군인 그에게 군 재킷과 모자를 쓴 한 사람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너는 미국인처럼 생기지 않았네? 애국심이 없겠군."
리 웡은 20년 동안 미군에서 복무를 한 참전용사였습니다.
젊은 청년의 시기를 모두 나라에 바친 그에게 애국심이 없겠다고 말하다니요.
무척 화가 났을 그때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그는 젠틀하게 자신이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을 벗습니다.
그리고
애국심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말과 함께 와이셔츠의 단추를 푸르기 시작합니다.
그는 애국심이 무엇인지에 대해 직접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애국심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겠다며 조용히 와이셔츠의 단추를 푸를 뿐입니다.
와이셔츠의 단추를 모두 푸른 그는
와이셔츠를 그대로 들어 올려 전쟁이 자신의 몸에 새겨놓은 흔적을 보여줍니다.
"이게 바로 애국심입니다."라고 말하면서요.
젊은 시절을 모두 나라에 바치고 이제는 퇴역 군인이 된 그가
애국심에 대해 말한다면 얼마나 많은 말들을 쏟아낼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 많은 말들이 그가 가진 애국심을 다 설명할 수 있을까요?
미군으로 복무했던 퇴역 군인으로서 애국심에 대한 백 마디의 말을 하는 것보다,
미군으로 전쟁을 겪으며 그의 몸에 남겨진 상흔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 정도면 충분합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
바로 이러한 순간이 백 마디의 말보다 가치 있는 하나의 몸짓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리 웡은 1분도 채 되지 않는 연설을 했지만,
1시간 이상의 연설보다도 강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그가 자신이 당한 인종차별에 대해 말로 하나하나를 설명했다면,
이토록 강한 인상과 여운을 남길 수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그 어떠한 말도 그의 상흔보다 강렬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백 마디의 말보다 강렬한 한 마디의 몸짓.
이런 효과를 설명하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이 있습니다.
메라비언의 법칙입니다.
앨버트 메라비언이 발표한 메라비언의 법칙은
커뮤니케이션 이론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론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피치와 관련된 책이나 강연에서 단골이 되는 이론이기도 하고요.
이 법칙은 한 사람의 이미지가 결정될 때 중요한 요소들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누군가와 처음 마주했을 때 혹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시각적, 청각적, 언어적인 요소가 얼마나 영향력을 갖는지를 분석한 이론이에요.
시각적 요소 : 제스처, 복장, 표정 등과 같이 눈에 보이는 요소들
청각적 요소 : 목소리, 음색, 발음과 같은 음성의 품질들
언어적 요소 : 상대방이 직접 하는 말들
시각적 요소는 55%나 차지하고요.
청각적 요소는 38%를 차지합니다.
언어적 요소는 7%로 다소 미약하네요.
메라비언의 법칙은 말합니다.
제법 오래된 스티브잡스의 과거 프레젠테이션은 현재까지도 회자가 됩니다.
과거와 현재, 두 가지의 시간을 살아가는 그의 프레젠테이션에 감탄을 하지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그의 프레젠테이션에서
우리는 시각적 요소가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검은색 터틀넥과 리바이스 청바지 그리고 뉴발란스 운동화는
그가 20년 동안 고수해 온 그만의 프레젠테이션 의복입니다.
아이팟, 아이패드 등 세상의 혁신을 가져오는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그가 입고 있던 의복은 스티브잡스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인지에 대해
수많은 말(언어적 요소)을 하는 것보다,
한결같은 스타일(시각적 요소)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것.
그것이 더 강한 임팩트와 여운을 남긴다는 것을
스티브잡스는 분명히 알았을 겁니다.
사실, 메라비언의 법칙은 긴 호흡의 커뮤니케이션보다
짧은 호흡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더 돋보이는 이론입니다.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발표나 면접 그리고 소개팅이 그 예가 되겠네요.
실제로 제가 면접 컨설팅을 진행할 때,
혹은 짧은 시간 내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때에
시각적 요소를 중요시 여기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의 사례를 더 살펴볼까요?
아나운서 이혜성 님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1200:1의 경쟁률을 뚫고
자신이 합격한 비결을 '노 메이크업' 덕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화려한 옷과 진한 화장을 한 다른 지원자들 사이에서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갔던 그녀가 오히려 돋보인 것이죠.
시각적 요소로 전달한 그녀만의 차별점은
수많은 경쟁자들을 사이에서 그녀를 돋보이게 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메라비언의 법칙은 1971년에 발표된 커뮤니케이션 이론입니다.
아주 오래된 이론이 지금까지도 정말 꾸준하게 거론된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모두 비언어적 표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어적 요소만큼이나 비언어적 표현이 중요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고
때로는 언어적 요소보다도 비언어적 표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최근에 가까운 친구들과 눈이 가득 덮인 일본의 한 마을로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일을 마치고 오느라 여행에 조금 늦게 합류한 친구가 있었어요.
고단한 자신만의 여정을 마치고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 마을에 도착한
친구를 만났을 때 친구에게 캐리어를 달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인 숙소로 가는 길 내내
조용히 친구의 캐리어를 끌어주었습니다.
"오는 길에 고생 많았어"
"정말 아름다운 곳이니 편안히 둘러봐"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지만요.
그 많은 말들보다 조용히 친구의 캐리어를 끌어주는 저의 몸짓이
친구에게 분명 더 큰 마음으로 전달되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눈빛'에서
더 큰 사랑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말보다 표정이 더 깊은 진심을 전달하고요.
목소리는 청각적 지문이라는 말처럼
그 어떠한 말보다도 나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그 어떤 말보다 하나의 표정과 하나의 몸짓이
그리고 목소리가 더 강한 힘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말보다 표정과 몸짓 또는 나만의 스타일과
내가 가진 고유한 목소리로 나를 표현해 보는 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