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이루어진 4월 21일. 드디어 교회 분들과 책모임을 시작했다. 한낱 꿈으로 그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마음 같았으면 1~2년 전에 시작했을텐데, 아마도 하나님은 나, 그리고 함께할 이들에게 마음그릇과 역량그릇 만들어갈 준비를 하셨나보다. 각자 독서 스타일, 독서 근육 정도를 알 수 없어 첫모임은 내가 임의로 정했다.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중,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다. 짧지만 울림있는 단편소설이다.
이 책을 3회독 하신 분은 이 책을 여러번 읽은만큼 입체적인 시선으로 책나눔을 했다. 인물의 다양한 마음과 상황에 감정이입 했고 특히 부모라는 관점에서 공감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분은 레이먼드 카버의 딱딱 떨어지는 문체가, 처음에는 잘 안 읽혔다고 했다. 어느순간 소설 속 인물들 속에 물들었고, 당신 자식의 병원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대체로 비슷했다. 책 제목과도 연관이 있고 내용의 정점에 이른 장면이기도 한, “뭘 좀 드셔야겠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141p).” 이다. 비록 빵집 주인은 노동자 신분이었지만, 그 순간 가장 적절한 피드백을 한 것 같아서다. 스코티 부모는 분명 빵집 주인을 죽이고 싶은 심정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빵집 주인의 말과 행동은 그 분노를 ‘중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인생 최악의 쓴맛을 비유하는 듯한 ‘검은빵’을 먹으며, 거부하고 싶었을 상황(맛)이었지만 결국 그들에게 주어진 삶(풍미좋은 빵)으로 받아들였으니까.
더불어 이 책의 특이한 점을 꼽자면, 유일하게 빵집 주인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인공 부부에게 의미있는 인물임에도 말이다. 이 책을 읽은 우리는 그에게 의미를 부여했다. ‘빵집 주인은 이름이 없기에 바로 독자가 빵집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 낸다. 비록 평소에는 꾸밈없이 투박하지만, 때론 타인의 아픔에 시의 적절한 말과 행동으로 위로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언행이 큰 위로를 주듯, 우리도 그에게 배워야하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첫모임이었지만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풍성한 교제, 나눔, 공감, 간증으로 알이 꽉찬 시간이었다. 이제 막 끝났는데, 벌써 다음 책모임이 기대되는 건 왜 일까. 그건 책모임 맛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그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