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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 한계를 넘어 새로운 길을 찾다

아이의 영어 고민에서 시작된 여정, 엄마의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다

by 만석맘 지은

엄마표 영어, 한계를 만나다

아이의 영어 실력은 ‘엄마표 영어’ 덕분에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실력이 향상될수록 다양한 책과 음원 구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학년이 올라가며 다른 과목 부담도 커졌다. 영어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DVD를 꾸준히 보고 학교 원어민 선생님 수업도 재미있어 했지만 일주일에 몇 시간 수업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다시 학원을 보낼까 고민했지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회화 위주 학원에 몇 달 보냈지만 암기 중심의 교육 방식이 맞지 않아 그만두게 했다. 결국 학원은 입시 영어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배웠던 방식과 다를 바 없었다. 아이가 나처럼 입시와 취업을 위한 영어에 얽매이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해외 국제학교, 해결책이 될까?

겨울방학을 앞두고 한 친구가 아이와 말레이시아로 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국제학교에서 공부하며 영어 실력을 쌓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영어 공부뿐만 아니라 물놀이 같은 액티비티도 함께할 수 있고, 물가가 저렴해 고급 아파트에 가정부까지 둘 수 있어 엄마도 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이전에도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다녀왔던 터라 이번에는 영어 교육까지 접목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솔직히 부러웠다. 나도 제주도와 말레이시아에서 살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직장인은 일주일 휴가조차 눈치가 보였다.

한 블로그 이웃은 방학마다 아이를 미국 사립학교에 보낸다고 했다. 궁금해 소개를 받았더니 비행기 값을 제외하고 2주에 600만 원. 가격도 부담스러웠지만 초등학생 아이 혼자 미국에 보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게다가 2주 만에 영어 실력이 얼마나 늘까 싶었다.

다들 기회가 된다면 외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싶어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부모가 학생 비자를 받으면 아이는 공짜

영어권 국가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주변에서는 해외로 떠나는 가족들의 소식이 들려왔다. 대학 동기는 공무원 남편이 미국으로 파견 근무를 가게 되면서 아이와 함께 2년을 살다 오기로 했다. 안정적인 수입과 영어 환경, 그야말로 부러운 기회였다.

같이 일하던 안전 선생님도 공무원 남편이 사비로 유학을 떠나기로 하면서 아이들과 미국행을 결정했다. 수입은 당분간 없지만 큰 결심으로 도전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부모 중 한 명이 학생 비자를 받으면 배우자와 아이들도 동반 비자를 받을 수 있고, 아이들은 무료로 공립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엄마표 영어의 끝판왕은...

'아이들과 영어권 나라에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연히 읽은 책에서 남편이 해외 주재원으로 발령 나면서 캐나다에서 아이와 1년 반을 살다 온 한 가족의 이야기를 접했다. 가장 부러웠던 내용은 도서관 시스템이었다.

‘대출 권수 제한 없는 도서관이라니! 현지 아이들이 읽는 원서를 마음껏 빌릴 수 있겠구나. 우리 아이 입맛에 맞는 책을 골라줄 수 있겠구나.’

영어책의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칠 수 있는 환경. 그것이야말로 ‘엄마표 영어'의 최종 목표가 아닐까. 그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었다.


꿈꾸면 이루어진다

“유학휴직이 가능합니다.”

담당자의 말에 가슴이 뛰었다. 비간부인 나도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 학위 과정만 가능할 줄 알았는데 어학연수도 가능하다고 했다. 아이의 영어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기회였다.

영어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생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학원이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환경 속에서 영어를 익히도록 돕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너니까 가능하지. 나는 돈이 없어. 용기가 없어. 공부하기도 싫어."

'못 가는 이유'는 수백 가지였다. 내게는 '가야 하는 이유'가 단 하나였다. 영어로 가득찬 환경.

내가 해외에서 공부하면 아이는 공립학교에서 무료로 교육받고, 무제한으로 도서관 책을 빌려볼 수 있다. 나도 영어 실력을 쌓는다면 앞으로 외국인 민원 부서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돕는다고 했다. 아이의 영어 실력을 키우고 싶었던 나에게 유학의 문이 열렸다. 이제 그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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