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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서 배운 엄마의 시간

더 단단해진 우리 가족

by 만석맘 지은 Mar 07. 2025

꿈꾸던 여유로운 아침은 어디에?

아이들과 하와이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하와이에서는 달콤한 여유가 있을 줄 알았다. 직장에 다닐 때처럼 서두르지 않고, 부드럽게 아이들을 깨우며 웃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여전히 등교 시간은 전쟁이었다.


성격이 다른 두 아이, 다른 준비 속도

하와이 등교 시간은 오전 7시 50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어학원에 가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성향이 전혀 다른 두 아이는 준비 속도부터 달랐다. 첫째는 늦을까 봐 벌떡 일어나 부지런히 준비를 마쳤지만, 둘째는 몇 번을 깨워도 쉽사리 눈을 뜨지 않았다. 밥맛이 없다며 천천히 먹고 느리게 움직였다. 신발을 신을 때쯤이면 첫째와 말다툼이 시작됐다. 결국,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인데도 늘 차를 태워 줘야 했다.


엄마의 최후통첩

매일 아침 기분 좋게 시작하고 싶었지만, 그런 날이 드물었다. 싸우는 아이들을 보면 힘이 빠졌고, 첫째가 늦었다고 화내면 내 잘못이 아닌데도 억울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요일 밤, 아이들에게 선언했다. 
 "내일은 각자 알아서 일어나. 엄마는 7시 30분에 무조건 출발할 거야. 못 일어나도 기다려주지 않을 거야."
 둘째는 친구와 늦게까지 놀아 다음 날 늦잠을 잘 게 분명했어도 단호하게 말했다.


예고된 지각, 그리고 혼자 남은 둘째

다음 날 아침, 예상대로 첫째는 일찍 일어나 있었고, 둘째는 침대 속이었다. 깨우지 않겠다고 했지만, 신경이 쓰였다. 7시 15분에 겨우 일어난 둘째는 여전히 서두르지 않았다. 7시 30분이 되자, 나는 약속대로 문을 열고 나갔다. 그제야 둘째가 "엄마!"하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대로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불안이 밀려왔다. 

‘둘째 혼자 괜찮을까?’

 하지만 첫째는 짜증을 냈다. 

“엄마는 왜 약속을 안 지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엄마가 되었지만 동생이 혼자 남아 있는데 먼저 가겠다는 첫째의 태도도 못마땅했다. 


엄마의 선택, 그리고 뒤늦은 깨달음

다시 집으로 올라갔다. 둘째는 가방을 멘 채 울고 있었다. 한국에 있는 아빠에게까지 전화한 모양이었다. 

"빨리 이 닦고 내려와." 

학교에 도착 후 첫째를 먼저 내리게 하고 둘째를 달래 보려 했다. 

"엄마가 다시 오니 고마웠지?"

걱정돼서 올라갔다고 하면 되는데 아이가 사과하고 고마워하길 바랐다. 
 둘째는 화를 내며 "나 혼자 갈걸 그랬어."라고 하며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신호등 없는 차도를 몇 개나 건너야 하는데도 그렇게 말하는 둘째를 보니 괘씸했다. 혼자 나서기라도 했으면 어떡하나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다. 화해는커녕 화만 내고 헤어졌다.


하와이에서 다시 배우는 엄마 역할

아이를 내려놓고 돌아 나오다 문득 한국에서의 아침이 떠올랐다. 출근 시간에 쫓기던 나는 아이들에게 밥만 챙겨주고 급히 집을 나섰다. 첫째는 늘 혼자 준비해 나가 버리고, 둘째는 울면서 언니를 따라갔다. 그때는 엄마가 못 챙겨줘 안쓰러웠다. 하와이에서는 여유가 있는데도 나는 여전히 재촉하고 다그쳤다. 아이들도 새로운 환경에서 나름대로 적응하느라 애쓰고 있었는데, 나는 몰아세우기만 했다.

첫째는 약속을 지켰는데 동생을 배려하지 못해 혼이 나고, 둘째는 최선을 다해 준비해도 느리다고 혼이 났다. 엄마인 나는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 억울해하고 화부터 냈다. 미안했다. 보고 싶었다. 깨달음이 한 발 늦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

학교가 끝난 후 아이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활짝 웃으며 뛰어왔다. 

"엄마!" 하며 두 팔 벌려 달려오는 아이들을 꼭 안아주었다. "미안해."라고 말했다.

엄마도 사람이라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화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화를 냈더라도 진심으로 사과하면 아이들은 이해했다. 

하와이에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엄마도 아이들도 함께 배우고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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