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장보기 루틴 완전 정복
“뭐? 월마트에 고기를 안 판다고?”
하와이에 처음 정착할 때 월마트에 자주 들렀다. 한국의 이마트와 닮은 것 같아 금방 익숙해졌고, 아이들 문구류나 간단한 생활용품이 저렴했다.
그런데 어느 날, 고기를 사러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식료품 코너에 냉장고는 많았지만, 내가 찾는 생고기는 없었다. 직원에게 물으니 월마트에서는 고기를 팔지 않는다고 했다. 냉장고에는 인스턴트 가공식품이 대부분이었다. 고기를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난감했다.
하와이에서 장 보는 일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물건 이름이 모두 영어라 찾는 물건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보물 찾기처럼 세심하게 찾았다. 그래도 못 찾을 때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번역 영어가 이상해서 이해를 못 하기도 했다. 그림을 보여주면 이해를 하거나 그나마도 없을 때가 많았다.
특히 적응하기 어려운 점은 한국 마트처럼 한 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현지 친구들은 장보기 위해 적어도 다섯 곳 이상을 방문했다. 회원제로 운영하는 샘스클럽과 코스트코에서는 대량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고, 한인마트인 팔라마 슈퍼나 일본 마트인 돈키호테에서는 한국과 일본식 재료를 구할 수 있었다. 게다가 같은 샘스클럽이나 코스트코라도 지점마다 취급하는 물건이 달라 두 곳 이상 들러야 할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 과정이 복잡하고 부담스러웠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나만의 쇼핑 루틴이 생겼다.
코스트코 vs. 샘스클럽, 어디가 더 좋을까?
하와이에서 가장 자주 갔던 곳은 단연 코스트코였다. 특히 한국보다 저렴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살 수 있어서 유용했다. 한국산 간고등어나 유기농 계란, 두부도 구할 수 있었고, 통마늘 한 망을 껍질 까서 냉동실에 두면 안심이었다. 아보카도, 양파, 해산물, 새우튀김, 일본 우동면도 저렴해 필수 쇼핑 품목이었다. 세일할 때 아이들 과자, 화장지, 화장품, 스팸도 쟁여두었다.
코스트코 못지않게 인기 있는 곳이 샘스클럽이었다. 샘스클럽은 집에서 더 가까웠지만, 연회비가 코스트코보다 비싸서 가입하지 않았다. 대신 친구를 따라 가끔 방문했는데, 공산품은 샘스클럽이 더 저렴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채소도 신선했고, 육류 맛이 더 낫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한국 요리에 필수적인 파는 하와이에서 가격이 비쌌는데, 샘스클럽에서 가장 저렴하고 신선해서 자주 구매했다.
이 두 곳은 주유소도 운영했는데, 갤런당 1달러 이상 차이가 날 때도 있어 긴 대기줄을 감수하고 기름을 넣었다. 코스트코에서 주유하고 장을 보고 돌아오면 한 동안 든든했다.
한국 마트와 일본 마트, 그리고 로컬 슈퍼마켓
집에서 가까운 한인마트 팔라마 슈퍼는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보물 같은 곳이었다. 금요일마다 세일 품목이 바뀌었는데, 나는 늘 할인하는 물건 위주로 장을 봤다. 떡볶이, 라면, 사골곰탕, 국수 등 한국 요리에 필요한 재료들은 대부분 여기서 해결했다. 아주 가끔 아이들이 너무 먹고 싶어 하면 세일하지 않는 과자나 낙지볶음 같은 소소한 사치를 부리기도 했다. 한국 마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됐는지 모른다.
일본 마트 돈키호테도 자주 갔다. 특히 주말에 밥 하기 싫을 때 도시락을 사기에 좋았다. 밥 하기 힘든 어르신들이 애용하는 것 같았다. 일본 마트답게 해산물 종류도 다양했지만, 가격이 비싸 쉽게 사지는 못했다. 대신 가끔 세일하는 바디워시나 커피를 득템 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 외 ‘홀푸즈’는 유기농과 건강식품이 주를 이루어 가격이 부담스러웠지만, 가끔 저렴한 상품이 있어 눈여겨보곤 했다. 식료품뿐 아니라 화장품이나 샴푸 등 좋은 물건을 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타겟’은 월마트보다 공산품 품질이 좋고 종류가 다양했다. 신학기 시즌에는 가구나 학용품을 구입하는데 유용했다. 그래서 저렴하고 적당히 괜찮은 물건을 찾는 대학생들로 붐비기도 했다.
미국 로컬 슈퍼마켓도 여러 곳이 있었다. 동네 슈퍼마켓인 ‘타임즈’에서는 급할 때 채소나 달걀을 소량 구매했다. 세일하는 아이스크림 사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 금요일마다 세일을 많이 하는 ‘세이프웨이’는 전단지를 보고 가는 재미가 있었다. 5달러 치킨텐더는 가성비가 좋아 금요일을 기다리기도 했다.
마트 한 곳에서 장 보던 한국인, 하와이에서 체리 피커가 되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한인마트 팔라마 슈퍼에 가고, 이 주일에 한 번 코스트코에 들렀다. 멀리 장 보러 갈 수 없을 때는 집 근처 슈퍼에서 해결했다. 한국에서는 장보기가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는데, 하와이에서는 마트별 특성을 알게 되니 체리 피커(cherry picker, 세일하는 품목만 골라 사는 사람)가 되는 재미도 있었다.
처음에는 막막했던 하와이의 장보기 문화. 하지만 여러 곳을 다녀야 하는 불편함도 익숙해지면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 물건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 번역기를 돌리고, 직원에게 사진을 보여주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어디에서 무엇을 사야 할지 감이 잡혔다. 한국처럼 한 곳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순 없지만, 대신 다양한 마트를 돌아다니며 최적의 쇼핑 루틴을 찾는 과정이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하와이 생활이 장 보는 재미와 함께 더 풍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