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정이 끝났다. 홀가분하다. 꽁꽁 묶여 있다가 풀려난 기분이다.
분명 얻은 것이 있을 테지만 기분은 내내 즐겁지 않았다. 축 처진 채 보낸 토요일이었다. 무려 8개월씩이나 그렇게 보냈다니. 주중에 유쾌했던 마음이 토요일만 되면 축 가라앉은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작년과 사뭇 달랐던 올해 토요일 분위기, 그건 나와 맞지 않은 프로그램을 택해서다.
작년 토요일 아침은 글쓰는 자체만으로 행복했다. 기분이 늘 좋고 편안했다. 글은 내게 그런 존재였구나. 그냥 쓰기만 해도 되는 걸. 왜 더 나아가려 했을까. 더 잘 쓰고 싶어 내디딘 한 발로 인해 글쓰기가 오히려 멈췄다. 글은 배워서(=타인의 방법을 익혀서) 쓰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쓰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쓰는 거였다.
내 목적과 상이한 프로그램이란 걸 알았음에도 과감히 발을 빼지 못했던 나를 되돌아본다.
나는 그저 오로지 글을 더 잘 쓰고 싶었다. 나를 자극해서라도.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글 잘 쓰는 작가가 아니라 책 쓰기 지도자 양성만이 목적이었다. 책 쓰기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글쓰기를 지극히 잘 해야 한다. 그래서 글쓰기 심화 바탕 아래 전문 글쓰기로 이어질 줄 알았다. 진정한 작가 과정 후에 지도자 과정으로 마무리할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그냥 기관의 한 사업일 뿐. 제목만 거창한 형식적인 사업이었다.
나는 내가 쓰고 싶고, 내가 쓰는 게 좋다.
책 쓰기 하나, 책 만들기 하나 이렇게 두 프로그램을 거의 일 년 내내 들었다. 어쩌면 두 프로그램을 병행해서였을까. 겹치는 내용들 때문에 지루했다. 처음엔 각각 다른 내용이었는데 한 달쯤 되었을 때부터 같은 내용이 점점 더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진도가 느린 토요일 프로그램에서는 점점 흥미가 사라져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외면하고 싶었다. 토요일 프로그램엔 아는 내용이 계속 반복되었다. 주중에 이미 들은 (진도 빠른 타 프로그램에서 들은) 내용이 더 상세했고 전문적이었다. 그 부분도 한 몫했겠구나. 어쨌든 두 프로그램에서 배운 건 많지만 내가 원하는 바는 아니었다.
이젠 내가 바라는 대로 해야겠지. 예전처럼 글을 쓰련다. 행복하게 쓰련다. 도구로서가 아닌 그 자체로 말이다.
(2021.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