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과 나는 서로 다른 점이 많다
그래도 우리는
신랑과 나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식성은 ‘소와 사자의 이야기’처럼 나는 소 식성이고 신랑은 사자 식성이다. 애초에 나는 나물반찬이나 야채와 과일을 좋아하고 신랑은 고기를 좋아한다. 고기도 신랑은 살짝 덜 익어서 핏기가 있는 상태를 맛있어하고 나는 완전히 익은 웰던(well done)이 맛있다.
TV 시청 프로그램에서도 다르다. 나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고 신랑은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한다. 그나마 나도 영화를 보는 건 좋아하지만 취향이 다르다. 신랑은 폭력물이나 액션을 즐겨 보고 나는 감미로운 로맨스나 예술 영화를 즐겨 본다.
성격도 다르다. 나는 미리 준비하는 편이고 신랑은 즉흥적이다. 나는 낙천적이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신랑은 부정적이고 뭐든 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또 어떤 게 다를까. 신랑은 뚱뚱하고 나는 날씬했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 나는 살이 쪘고 신랑은 살을 뺐다. 잠도 다르구나, 나는 잠이 많고 신랑은 잠이 없다.
우리는 참 여러 가지로 다른 점이 많다. 그래도 우리는 함께 산다.
내가 이해할 때도 있고 신랑이 나를 이해해 줄 때도 있다. 그리고 내가 신랑을 위해 양보할 때도 있고 신랑이 나를 위해 양보할 때도 있다. 때로는 내가 신랑을 더 배려할 때도 있고 신랑이 나를 더 배려해 줄 때도 있다. 물론 반대로 서로 이해하지도 않을 때도 있고, 서로 양보하지도, 배려하지도 않을 때도 있다. 서로 더 많이 양보했다니 더 많이 배려했다니 티격태격할 때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함께 산다.
내 경우는 처음 마음이 여전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변질된 마음도 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는 우리 관계를 지속할까. 나는 그렇다. 힘들 때나 섭섭할 때 추억한다. 알콩달콩 즐거웠던 일이나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한다. 나는 우리가 함께 웃었던 추억을 꺼내 마시며 불협화음을 조율한다.
신랑은 신랑대로의 내공이 있을 테지만, 나의 내공은 “추억 되새김질”이다.
(20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