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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어의지혜 이지혜 Oct 30. 2022

내 엄마에요~내 엄마! / 내면아이 치유 만난 내엄마





나에게는 조금 특별한 엄마가 있다.
나는 "엄마"라고 말했고,
남들은 "할머니"라고 하는 내 엄마.
내게는 기억나는 순간부터 엄마였는데
남들은 기억나는 순간부터
"할머니야. 엄마가 아니라."라고
말했던 내 엄마.




어린 시절에는 우기듯
"엄마"라고 불렀는데 커가면서 알았다.
할머니가 진짜 나를 낳은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
그 어떤 엄마보다 사랑으로 키우고 있지만
진짜 나를 낳은 엄마가 아니라서,
내게 평범한 가정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했다는 사실.






그래도 난 "엄마"라고 불렀다.
30이 되어도 "엄마"라고 불렀다.
그건 마치 세상에 대한 반항과도 같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았고
할머니를 엄마라 부르는 나를 보며
어린 시절의 나처럼
아이가 혼란스러울까 봐
호칭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할머니~"
정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노력했는데,





3살 된 내 아이가 나에게
"내엄마!! 엄마!! 엄마엄마 내엄마!!"
할 때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때로는 짜증이 났다. 질투가 났다.
왜 그런지 몰랐다.
그냥 내가 바빠서, 피곤해서,
지쳐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진짜 오래 갖고 있던 상처들이 치유되면서
이것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나를 애타게 찾는 아이에게
자꾸 미운 마음이 올라와
왜 그런지
깊이 내 내면아이와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응답 없던 내면아이가
터뜨리듯 말했다.





"내 엄마에요!! 내 엄마!!
내엄마라고요!! 할머니가 아니라!!
내 엄마라고요!!
누가 뭐라든, 뭐가 어찌 됐든
내 엄마에요!!! 내 엄마!!!"
그 말과 함께 폭풍 눈물이 흘렀다.
꺼이꺼이 울었다.




남들이 "엄마가 아니라 할머니야"라고 할 때
싸해지던 분위기,
온몸에 꽂히던 측은한 시선.
그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
애써 내 엄마임을 증명해보이려던,
우리 엄마의 어깨를 높여주고 싶었던
모든 순간의 노력들.
애쓴 삶의 흔적들.
남들이 보는 시선이 의식되는 어느 순간부터
점점 더 당당하게
"내 엄마예요"라고 말하지 못하고,
괜찮으려 애썼던 내 입에서 터져 나온 말.






"내 엄마예요. 내 엄마!!
내 엄마라고요. 내 엄마!!!!!"
이 말을 하며 엉엉 울었다.
목놓아 꺼이꺼이
5살의 아이가 억울해서 울듯 꺼이꺼이.







그렇게 한참을 울다 보니
아이에게 고마웠다.
아이를 통해 내 과거를 마주했으니까.
그리고 내게 고마웠다.
치유를 하고 있어 이 사실을 깨달았으니까.
그리고 우리 엄마에게 가장 고마웠다.
엄마여서 다 알았을 테니까.
내 마음을.
그 과정을 어찌해줄 수 없어
묵묵히 지켜봤을 테니까.
하늘과 같은 사랑이 있다면
이런 사랑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사무치게 죄송하고 감사해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내 엄마!!!
내 엄마!!!내 엄마!!!"







엄마는 다소 어안이 벙벙해했지만
이내 활기찬 목소리로 외쳤다.
"내 딸!!!!!! 내 딸!!!!!!!
내딸 내딸 내 딸!!!!!"






그러자 우리 아들도 신이 나 외쳤다.
"내 엄마!!!!내 엄마!!!내 엄마!!!!!"




엄마가 갑자기 왜 그러냐 물으셔
아들이 "내 엄마 내 엄마 하니
나도 내 엄마 생각나서 그랬어!"
라고 말했다.





아마도 내 모든 마음을 그 몇 마디로
눈치채셨겠지.
그렇게 실컷 엄마를 부르고 나니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웠다.




30년 묵은 체증이
시원하게 내려가는 듯했다.
기쁨의 눈물이 흘렀다.
기뻤다. 너무너무 기뻤다.
진짜 내 자리를 찾은 것 마냥
힘들어했던 내 삶의 조각들이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기쁨이 온몸을 감았다.





참 다행이다.
엄마가 살아계실 때
이 사실을 깨달을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아이가 어릴 때
내 내면을 마주할 수 있게 돼서.
참 기쁘다.
엄마와 나와 우리 아들이 만날
앞으로의 나날들이.





그리고 나를 위한 피자를 먹으며
아들과 깔깔깔 호호호 웃으며 신나게 먹었다.
3살의 내가 3살의 아들과 웃듯
즐겁고 기쁘게.
행복하고 편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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