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8_회사작당
자전거를 배운 지 일주일이 되었다.
자전거를 탄다.
이렇게 말해도 아무런 호응이 들리질 않는다. 이상하다. 나로서는 가슴이 쫙 펴질 만큼 대견한 일인데 말이다. 내 나이를 세어보니 그럴 만도 하다. 한국 나이 27살, 이제야 자전거를 탈 줄 알게 되었다고 으쓱대고 있으니 조금 우습기까지 하다.
하지만 가상의 타인이 뭐라 쑥덕댄들 내가 따릉이를 타고 15km를 달렸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1, 2주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페달도 못 밟고 풀썩풀썩 쓰러지던 게 이제는 제법 잘 달린다. 비록 그 과정에서 한 번은 풀숲에 처박히고 한 번은 다른 자전거를 박고, 두 번은 혼자서 넘어질 뻔했다. 그래도 나는 이제 어엿하게 “휴일에는 자전거를 탑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야호.
실은 정말 이제야 자전거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꼬꼬마 시절에 네발 자전거에서 보조바퀴를 떼내지 못해 좌절했고, 7년 전엔 코너에서 넘어져 무릎에 제대로 흉이 지는 바람에 좌절했고, 또 5년 전쯤에는 겁에 질려 핸들을 너무 꼭 쥐는 바람에 손에 흉이 져 좌절했다. 꽤 여러 번 도전했지만 무서워서, 아파서 포기했던 게 자전거였다. 그 후로 한참 동안은 ‘나는 자전거를 못 탄다’고 단념하면서 살았다.
그러다 다시 도전하게 된 것은 아주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작년 마라톤 대회에 참가를 하겠답시고 연습을 하면서 꽤 무리를 했는지 오른발에 족저근막염이 도졌다. 한 번 생기면 쉬이 낫지를 않는다더니 몇 개월이고 나를 괴롭힌다. 의사 선생님은 발에 충격이 가지 않게 최대한 발은 쓰지 않는 게 좋겠다 했다. 그런데 동시에 운동을 하지 않고서는 이 허약한 몸이 더 망가질 게 뻔하니 무엇이든 운동은 해야 할 일이다.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으니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나온 답이 자전거였다.
자전거를 타라.
선생님, 저는 자전거를 탈 줄 모릅니다.
그러하냐.
그래도 배워야지요.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본다. 자전거를 곧잘 타는 신 군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자전거를 배워야겠다, 도와달라. 신 군은 선한 사람인지라 거절을 모른다. 하여 장마가 끝나는 대로 자전거를 타보자고 약속을 하게 된 것이다. 생각보다 장마가 길어져 그 약속이 뒤로, 뒤로 밀리기는 했다만.
다행히 이전에 배운 경험들이 몸 언저리에 잠들어있다가 깨어난 것인지 배우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점점 첫 페달을 밟는 게 능숙해지고 이 고철 기계를 다루는 게 덜 무서워질 때쯤 첫 2km 주행에 나섰다. 햇볕은 따갑고 공기는 습한 무척 무더운 날이었는데, 갑자기 바람이 일었다. 내가 빠르게 달리고 있기 때문일까. 도로 양옆에 늘어서 있는 커다란 수양버들 군락이 딱 절정의 푸른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 멋진 풍경을 기계의 힘을 빌려서 조금 높은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으려니 참 즐거웠다. 인간의 속도를 벗어나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이렇게 감각에 생생히 와 닿게 느껴보다니 행복했다. 다음에도 또 달려야지 다짐을 해봤다.
그 다짐대로 그 이틀 후에 15km를, 또 그 이틀 후에는 8km를 달리며 안양천과 한강 곳곳을 구경하는 재미를 느꼈다. 새로운 영역을 열심히 발굴하면서 사는 기분, 간만인지라 정신없이 즐기고 있다. 내일은 어디까지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