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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DA Nov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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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_회사작당


잘하고 있는 건지, 죽 쑤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열심히 써제끼는 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도 이렇게 쓰고 있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지 스치듯이 이유를 떠올려는 봤지만 제대로 들여다본 적은 없다. 그 안에 꽤 무시무시한 게 들어차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못 본 척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을 차지하는 큰 부분을 안온한 어둠 속에 남겨두고 절대 공격받지 않을 위치에서만 뱅글뱅글 도는 사람이 어떻게 좋은 글을 쓰겠나 싶다. 자기에 대한 이해와 수용, 가능하다면 구제까지가 글 쓰는 일의 궁극적인 이상이라면, 기왕지사 쓰기로 결심한 이상 견딜 만할 때까지는 그 길을 추구해도 좋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난도질하는 한이 있더라도 더 나아지려 발버둥 치는 사람들도 그득한 마당에 이 정도도 못하겠는가.


하지만 처음부터 스스로에게 답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해대면 일이 될 리가 없다. 야속한 세상, 내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고 하다못해 나조차 잘 달래고 구슬려야 하는 대상이다. 그러니 우선은 꺼내도 타격이 없을 법한 것부터 꺼내보라고 스스로를 슬쩍 찔러본다. 그랬더니 택도 없는 답부터 내놓는다.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고 마감 기한이 있기 때문’이란다. 이건 왜 글을 쓰냐는 질문에 유효한 답이 못 된다. 모임은 글을 ‘꾸준히’ 쓰도록 도울 뿐 관심도 없던 글을 쓰겠다고 결심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아니면 이건 어떤가. FOMO(Fear of Missing Out)증후군에 못 견뎌 쓰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나만 이 세상에서 도태되고 밀려나서 바닥에 처박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말이다. 이 가설은 내가 글을 쓰게 되는 과정이 순수한 기쁨과 고양감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한 줄이라도 적게 만드는 동력은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서 시작한다. 얼기설기 문장들을 엮어서 뭐라도 하나 써내면 잠시나마 ‘난 쓰레기야’ 모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 어느 정도는 맞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글을 쓸 게 아니라 자본 축적에 힘쓰는 게 더 효율적이다. 안전망에 구멍이 숭숭 뚫린 사회에서는 돈으로 대표되는 튼튼한 밧줄이 있어야 급류에도 휘말리지 않고 버틸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FOMO에 시달리다 못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설명은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차라리 NFT 투자를 시작했다는 게 더 그럴싸하겠다.


실은 불평불만이 너무 많아 그렇다. 살면서 그러려니 해야 심신 건강하게 사는데 그러지 못해서 그렇다. 그 와중에 배운 재주가 이것뿐이라 계속 쓴다. 쓰면서 계속 질문을 던진다. 나 대체 왜 그러냐, 너는 무슨 정신으로 그러고 있냐, 이 세상은 왜 이따위냐 등등. 아주 자그마한 것에도 쉬이 억울해 하고 납득하지 못하는 내가 살려면 어린아이처럼 “왜?”를 남발해야 숨통이 트인다.


글을 엮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를 탐구를 해본다. 이러다 보면 적어도 내가 누군지는 그럭저럭 이해하게 된다. 마치 지금 내가 왜 글을 쓰려고 하는지 탐구하는 것처럼 나 자신을 이해하려 시도하고 가능하면 변명도 하고 그렇다. 가끔 운이 좋으면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서도 무엇이든 통찰을 얻기도 한다. 물론 이때는 오만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재주가 좀 더 좋았으면 더 파고들어 학문을 하든, 아니면 전문 저널리스트가 되든 했을 텐데 아직은 애매한 탓에 혼자서만 찔끔 쓴다. 안분지족하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 글쟁이로 대성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다만 그건 당장의 목적은 아니고 그냥 나같이 지랄맞게 음울한 인간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쓴다. 더 파보면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내가 더는 입을 열지 않을 셈인가 보다. 이 정도에 만족하고 꺼지라고, 내일 월요일 출근 아니냐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니 다음 기회를 노려보기로 한다. 나와의 면담은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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