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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Feb 05. 2023

착한 말, 나쁜 말

마흔세 번째 책 <말들이 사는 나라>


요새 아이들이 자주 쓰는 말인데, 정말 듣기 싫은 두 가지 말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못하죠?", "늦었죠?" 따위의 비아냥 거리는 말이 첫 번째고 "응, 아니야~." 따위의 심술을 부리는 말이 두 번째입니다. 때로는 타일러도 보고 가끔은 너무 화가 나서 흠씬 혼을 내주기도 해 보지만 습관처럼 박혀버린 말씨는 고치기가 너무 힘듭니다. 그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말 없는 아이가 있습니다. 놀리는 말이나 비아냥 거리는 말, 누가 봐도 심술부리는 말에도 끄덕하지 않는 아이입니다. 기분을 물으면 언짢은 기분을 느꼈다고 대답하지만, 내색하지 않습니다. 역시나 습관처럼 꽉 막혀버린 말씨는 고치기가 힘듭니다. 한쪽은 입말에 나쁜 말들이 너무 많아서, 또 다른 한쪽은 입말에 나쁜 말들이 너무 없어서 문제인 상황입니다.


<말들이 사는 나라>는 입 속 나라를 배경으로 합니다. '입 속 나라'라는 말은 없지만, 책에 그려진 그림을 잘 살펴보면 치아 안쪽에 말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나라에는 착한말들이 많이 삽니다. 끄덕말, 배려말, 용서말, 도움말, 사랑말 등등 수많은 착한말들이 살죠. 그렇지만 착한말만 사는 것은 아닙니다. 나쁜말들도 삽니다. 투덜말, 심술말, 화난말 나쁜말 삼총사도 함께 살고 있죠. 붉은색의 나쁜말과 청록색의 착한말이 대비되어 재밌는 그림들로 가득합니다. 나쁜말들은 착한 말만 하는 착한말들에게 다짜고짜 나쁜 말들을 쏟아내며 행복한 분위기를 늘 망치죠. 나쁜 말을 습관처럼 달고 있는 아이들은 아마, 나쁜말 삼총사가 아니라 수백 마리가 사는지도 모릅니다. 고작 세 마리로도 분위기를 망치는데, 수백 마리가 사는 입 속 나라는 상상하기도 싫네요. 입말에 나쁜 말들이 너무 많이 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평소에 나쁜말 삼총사가 싫었던 착한말들은 자기들끼리만 놀겠다며, 나쁜말 삼총사를 따돌립니다. 그렇게 나쁜말 삼총사는 말들이 사는 나라를 떠나죠. 그렇게 입 속 나라에는 착한말들만 남았습니다. 이제, 완전히 행복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살던 중, 구름요정이 나타납니다. 구름요정은 착한말들에게 말똥가루를 요구하죠. 구름요정은 말똥가루를 조금씩 부탁하고 부탁하다 끝내는 명령 하면서 가져가더니 누런 이를 드러내며, 자신을 구름대왕이라 칭하며 본심을 드러내죠. 그렇게 착한말들은 구름대왕의 부당한 명령에 별다른 나쁜 말을 하지 못하고 온종일 말똥가루 만드는 데에만 투입됩니다. 입말에 나쁜말들이 너무 없어서 문제인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그런 중에 나쁜말 삼총사가 다시 나라로 돌아옵니다. 거대한 똥가루 공장이 되어버린 나라로 말이죠. 구름대왕은 그들에게도 똥가루를 만들어 바칠 것을 명령하지만 착한말들처럼 가만히 있을 나쁜말들이 아닙니다. 구름대왕을 쏘아붙이며, 하기 싫다고 사라지라고 또, 약을 올리죠. 구름대왕은 착한말들과 달리 반항하는 나쁜말들의 태도에 당황하더니 곧, 무너져 내리고 맙니다. 그렇게 말들이 사는 나라에는 또 다른 모습의 평화가 찾아오죠.


"그 뒤로 착한말들은 나쁜말 삼총사로부터 투덜 말, 심술 말, 화난 말 하는 법을 배웠어요. 투덜거리고 심술부리고 화를 내야 할 때도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나쁜말 삼총사는 착한 말 하는 법을 배웠어요. 자기들끼리 나쁜 말만 하고 지내면 얼마나 재미없는지 알았거든요."



<말들이 사는 나라> 속 말들이 겪는 사건은 '착한말'과 '나쁜말'이 각자 가지고 있는 존재 가치를 발견하는 재밌는 그림책입니다. 함께 읽으면서 좋은말이 많은 나라를 꾸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나쁜말 역시 때로는 필요하다는 사실을 즐겁게 배울 수 있습니다. 말과 구름대왕이 만드는 이야기도 재밌지만 글과 어우러진 그림이 정말 유쾌한 그림책입니다. 후딱 읽기보다는 그림을 꼼꼼히 살피며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서두에서 이야기 했던 입말에 나쁜 말들이 너무 많은 아이들과 입말에 나쁜 말들이 너무 없는 아이들이 함께 읽으며 서로의 말씨를 고쳐나가는 활동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생각을 나누었는데 한 친구가 "나쁜 말은 아껴 써야 해요. 대신, 써야 할 때는 이유와 방법이 그럴듯해야 해요. 구름대왕이 괴롭히는 상황처럼요."라고 말하더군요. 저보다 더 잘 읽어낸 것 같아 기뻤습니다. 책을 읽고 기분이 나쁘면 언제나 나쁜 말을 늘어놓아도 되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꼭 함께 읽으면서, 욕이나 비난이 아닌 나쁜 말의 '진짜' 모습과 나쁜 말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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