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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vera Oct 27. 2020

[임신 일지/#9] 1:240

다운증후군 고위험군 통보받다


  어느 날,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왔다.  근래 여러  통화했던 산부인과 의사 오피스의 번호였다. 미드와이프를 보기로 하면서 예약을 취소했는데 무슨 일이지? 싶었다. 

  "우리  닥터와의 예약을 취소한 건 알고 있는데 알려줄 게 있어서 전화했어. 저번에  기형아 검사에 abnormal 나왔. 결과에 대해서 다른 닥터라도 만나봐야   같아서 알려주는 거야."

   심장이 - 했다. 각종 검사와 관련해 캐나다는 무소식이 희소식인 나라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면 굳이 환자에게 연락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내게 전화가 왔다. 검사 결과가 좋지 않다고.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닥치니 오히려 차분했다. 사실 차분한 게 아니라 멍했다. 바로 미드와이프의 보이스 메일에 산부인과 쪽에서 이런 내용으로 연락이 왔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오후 미드와이프에게서 전화가 왔다.

  "기형아 검사 결과를 보니 다운증후군이 1:240으로 고위험군 나왔어. 고위험군 분류 기준이 1:350이거든. 이런 경우가 드물지는 않아. 어쨌든 고위험군으로 분류가  경우엔 관련 분야 전문가와 만나 추가로 진행할  있는 테스트들에 대해 설명을 듣고 그중에서 네가 원하는  선택하면 . 너는 주 보험이 없어서 병원 방문에 309 정도가 들 거야. 테스트 비용에 대해서는 알아보고 다시 연락 줄게."

  목 투명대가 괜찮은 수치였고 콧대도  보인다고 하기에 다운증후군에 대해서는 안심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피검사가 문제인 듯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했다. 그동안 문제없이 평온했던 임신 생활에 대해 너무 자만했던 걸까, 고민과 불안을 사서 하는 인터넷 글들을 보며 심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나의 냉정함에 대한 벌인가, 혹시  몸상태가  좋지 않은 걸까, 노산도 아닌데  정도 수치면 정말  좋은 거 아닌가, 고위험군이라고는 하지만 확률이 0.4%인데 추가 검사를 해야 하나, 나는 보험도 없는비용은  얼마나 많이 들까, 만약에라도 사랑이가 다운증후군이라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장애아를 키울  있을까... 그렇지만 생각을 거듭할수록 정확한 수치만 가지고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확률은 낮아 보였고 아직 다운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은 것도 아니기에 마음이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그저 머릿속이 조금 복잡했다.

  기도.

  기도가 필요했다.


  늘 내가 급할 때만 하나님을 찾는 기복신앙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에 더욱 그랬다. 기도했다. 그러자 눈물이 났다. 불안함이 아니라 미안함 때문이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가졌던 오만한 마음, 이기적인 생각 그리고 무신경한 태도 때문에 사랑이가 고통받는 것은 닐까. 이성적으로는 다운증후군이  누구도 어쩔  없는 유전자 문제 알고 있었지만 마음속에 내가 잘못 살아온 것들이 떠오르고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었다.  소식을 전해 들은 남편 역시 가장 먼저 자신의 잘못들에 대해 돌아보았다고 하는 걸 보니 부모는 본능적으로 자식 걱정에 본인의 잘못을 탓하게 되는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 없이 임신 기간이 지나가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다. 그동안의 평온함은 결코 당연시해서는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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