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상담 전문가를 만나다
다운증후군 고위험군 통보를 받은 지 며칠 후, 유전 상담 전문가(genetic counsellor)와의 약속이 잡혔다. 검사 결과와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들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안내를 받았다.
미팅 날, 병원에서 길을 헤맬까 봐 일찍 집에서 나섰다. 걸어서도 20분이면 갈 가까운 곳이었지만 혹여라도 늦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한 번에 해당 빌딩을 찾아 40분 정도의 대기 시간이 생겼다. 의학 전문 용어를 알아듣지 못할까 봐 며칠 전부터 다운 증후군 관련 내용을 구글에서 이미 많이 찾아보았지만 혹시나 싶어서 끝까지 더 검색해 보았다. 약속시간 10분 전, 떨리는 마음으로 오피스로 올라갔다. 접수를 하고 잠깐의 대기 시간 후, 상담 전문가가 개인 사무실로 나를 데리고 갔다. 미팅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기형아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이었다. 초기 기형아 검사는 4,5가지 지표를 통해 18, 21번 삼중 염색체에 대해 판단하는데 나의 경우 한 가지 빼고는 다 좋지 않은 쪽으로 높게 나와 결과적으로 21번 삼중 염색체 증후군(흔히 말하는 다운 증후군)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hCG호르몬이 기준치의 3배 이상으로 나와 혹시 입덧이 심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먹는 게 조금 힘들기는 했어도 객관적으로 심한 편은 아니었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두 번째로는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옵션들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1. 추가 검사를 하지 않는 것
2. NIPT: Non-Invasive Prenatal Testing의 약자로 피를 뽑아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
태아에 대한 위험은 없으나 확률적인 결과를 제공한다는 한계가 있음
3. 양수검사: 양수를 뽑아 검사하는 것으로 유전적 문제에 대해 확실한 결과를 제공하나
0.5%의 확률로 태아에게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음
미팅 전, 나는 굳이 검사를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어떤 검사든 하긴 해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막연히 '고위험군'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과 특정 호르몬이 3배씩이나 높을 정도로 결과가 좋지 않다는 걸 아는 것은 느낌이 달랐다. 특히 노산도 아닌데 이런 수치를 받은 게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확실한 결과를 얻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양수검사를 하자고 했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사랑이가 다운 증후군 고위험군이라고는 하지만 결과로 나온 확률은 0.4%였고 양수 검사의 위험 가능성은 0.5%로 검사 위험성이 더 높았다. 물론 좋지 않은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믿고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지만 혹여나 우리에게 그 희박한 확률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두 가지 검사의 장단점을 비교해보며 미팅을 곱씹어 볼수록 상담 전문가가 강조했던 말이 자꾸 맴돌았다.
'혹여나 아이 결과가 안 좋게 나올 경우 어떻게 할지 남편이랑 얘기해 봤니? 그것부터 분명하게 합의하는 게 중요해.'
만에 하나 사랑이가 정말 다운증후군이라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지? 우리 부부가 차마 의논하고 싶지 않았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야만 하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