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PT를 받다
남편과 합의를 마치고 유전 상담 전문가에게 NIPT를 진행하겠다고 연락했다.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테스트 종류는 파노라마와 하모니 두 가지였다. 테스트의 방식이나 정확성에 대해 자세히 안내받지는 못했지만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큰 차이는 없다고 했다. 우리에게는 비용 문제가 중요했다. 남편의 학교에서 제공하는 보험은 선결제 후 보험 회사에 청구하는 방식이었고 이 테스트가 커버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모니가 5만 원 정도 저렴하다는 말에 별 고민 없이 하모니를 선택했다.
하모니를 선택하면 3가지 증후군에 대한 검사를 하게 된다. 가장 흔한 다운 증후군(trisomy 21), 희귀하고 위험한 에드워드 증후군(trisomy 18)과 파타우 증후군(trisomy 13)이 그것이다. 성염색체 이상도 함께 확인할 수 있지만 정확도가 낮아 상담가조차 추천하지 않았다. 대신 추가 비용 없이 아이의 성별 검사가 가능해 이것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나중에 돌아보니 이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며칠 후 검사를 받으러 갔던 그 날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미열이 있었고 무엇보다 편두통이 심했다. 일하러 가기 전 어렵게 나를 데리러 와준 남편에게 계속 짜증을 냈다. 나의 좋지 않은 몸 상태가 피검사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설상가상으로 피검사도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오른손잡이다 보니 보통 왼쪽 팔에서 피를 뽑는데 피가 나오지 않았다. 내 혈관이 문제였는지 직원이 미숙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화가 났다. 바늘을 무서워하는 편이라 긴장한 게 눈에 보였는지 직원도 미안해했다. 오른쪽 팔에서도 피가 잘 나오지 않아 겨우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검사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 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몸이 천근만근이었고 무엇보다 편두통 때문에 깨어 있을 수가 없었다. 청소년기 이후로 편두통이 거의 사라졌었는데 임신 중기에 종종 다시 오곤 했다. 알람도 맞추지 않고 낮잠을 3시간이나 잤다. 자고 일어나서도 여전히 상태가 좋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약을 먹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 날 이후로 이렇게까지 심한 편두통은 없었던 걸 보면 어쩌면 무의식 중에 검사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던 게 아닌가 싶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 남은 건 기다림뿐이었다. 결과가 나오는 2주의 시간 동안 걱정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잊어버리고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게 나를 위해서도, 사랑이를 위해서도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