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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vera Nov 26. 2020

[임신 일지/#14]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대

고난의 정밀 초음파 

  사랑이의 NIPT 결과를 받고 일주일 후, 아마도 마지막이 될 초음파를 받으러 갔다. 몸 구석구석을 찍어보고 확인할 수 있다는 정밀 초음파를 받는 날이었다. 그동안 사랑이가 얼마나 사람 같아졌을지 떨리고 기대되는 마음이었다. 남편은 학교에 가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몇 안 되는 초음파 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며 오전 수업을 빠지고 나와 함께 초음파 센터로 향했다. 


  정밀 초음파를 받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이때만 해도 대체 어떻게 초음파를 한 시간이나 할 수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우리는 한 시간도 넘게 걸렸다) 몸 상태에 대한 간략한 질문 후 초음파가 시작되었다. 배에 기계를 갖다 대는 순간 사랑이의 옆모습이 보였다. 


  우와- 이제는 정말 사람의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얼추 실루엣은 보이지만 뭔가 완성이 덜 된 듯했다면 이제는 척추 하나하나가 보일 정도로 완전한 사람의 형태였다. 활발한 움직임도 볼 수 있었는데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서 쭈압쭈압 빨려고 하는 모습을 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사랑이가 많이 컸구나, 정말 아기가 되었구나-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었다. (남편도 그 순간 눈물이 날 뻔했다고 한다) 


  그러나 감동의 순간은 잠시, 곧 고난의 초음파가 이어졌다. 자세를 여러 번 바꾸는 것은 물론 기계로 배를 꾹 누르고 흔들고 난리가 났다. 이 정도로 눌러도 되나 싶을 정도로 격렬하게 진행이 되었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시도를 했는데도 원하는 사진을 찍지 못해 결국 다른 선배 테크니션까지 합세해 둘이서 겨우겨우 마무리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생식기 쪽은 보지도 못해서 만약 우리가 NIPT를 진행하지 않았더라면 낳을 때까지 사랑이 성별을 모를 뻔했다. 센터에 의사가 있었으면 찍은 사진들에 대해 바로 설명을 해주었을 텐데 하필이면 의사가 없는 날에 가는 바람에 자세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한국과 달리 캐나다는 초음파를 전문으로 보는 센터가 따로 있고 초음파를 진행하는 테크니션은 결과에 대해 말할 수 없으며 의사만 설명 가능하다)


  검사가 끝나고 나니 배가 벌겋고 얼얼한 게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치 뱃살을 빼려고 안마기로 한 시간 동안 주무르고 꼬집은 듯한 느낌이었다. (다음 날까지도 땅기고 얼얼한 느낌은 계속되었다) 아마 사랑이도 초음파 때문에 많이 스트레스받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검사를 통해 초음파를 자주 하면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말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사랑이처럼 초음파 찍기가 쉽지 않은 아이라면 산모도 아이도 모두 고생스럽다. 아이가 건강하다는 것만 확인이 된다면 굳이 초음파를 여러 번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정밀 초음파를 힘겹게 끝내고 나니 앞으로 더 이상 초음파가 없다는 아쉬운 마음은 사라지고 이번이 마지막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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