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는 초음파를 싫어해
13주 차쯤에 EFTS(Enhanced First Trimester Screening)을 받으러 갔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한국의 기형아 검사에 해당하는 검사인 듯했다. 한국에서는 이 검사가 보편화되어 있고 원하면 바로 받을 수 있는 반면, 캐나다에서는 특별히 뭔가 걸리는 부분이 없다면 검사를 처방해주지 않는다. 사랑이도 나도 건강한 편이고 피검사나 초기 초음파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에 굳이 검사할 필요가 없었지만 한국에서는 다 한다는데 우리만 안 하면 괜히 불안해서 워크인 의사에게 애걸복걸하여 겨우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돌아간다면 굳이 안 받을 것 같기도 하다. 번거롭기도 하고 정확성도 떨어지는 편인 것 같아서다.)
검사는 초음파와 피검사 두 가지로 진행되는데 이때부터 사랑이의 초음파 거부가 시작되었다. 초음파를 보는데 테크니션이 자꾸 자세를 이리저리 바꿔보라고 하고 화장실도 다녀오라고 하고 점프까지 시켰다. 처음 해보는 거라 원래 이렇게 하는 건지 다소 어이없고 웃기기도 했지만 시키는 대로 했다. 그렇게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테크니션 왈,
“자 초음파를 보여줄게 잘 봐봐. 오늘 목 투명대를 재야 하는데 여기 보면 탯줄이 아기 목을 두 번 감고 있어서 어떤 각도에서도 잴 수가 없어. 탯줄을 감고 있는 건 걱정할 일은 아닌데 검사에서 이 부분을 포기하고 피검사로 넘어갈 건지, 아니면 내일 다시 해볼 건지 결정해야 해.”
탯줄이 목에 감겨있다는 말이 썩 듣기 좋지는 않아서 걱정스럽기도 했고 어떻게 얻은 검사 기회인데 이렇게 날릴 수는 없어서 다음 날로 부랴부랴 급하게 예약을 잡았다. (초음파비를 두 번 내야 한다는 건 보너스다.) 아이가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단 음식을 좀 먹고 오라고 해서 아이스크림과 주스로 무장하고 다음 날 다시 초음파 센터에 갔다.
어제 본모습인데도 초음파 속 사랑이 모습이 또 신기하고 귀여워서 구경하고 있는데 또다시 테크니션의 이상한 주문들이 시작되었다. 이 방향 저 방향으로 돌아 눕고 심지어 기침까지 해보라고 했다. 10번이 넘는 자세 바꾸기 후 테크니션이 말했다.
“목 투명대를 재려면 목 뒤를 봐야 하는데 아기 포즈가 목 뒤를 볼 수가 없네. 나가서 한 20분 정도 기다려볼래? 그 안에 자세를 바꿀 수도 있으니까 이따 다시 해보자.”
다행히 탯줄은 다 풀었지만 이번엔 자세가 문제였다. 남편이 사 온 초콜릿 우유를 한 잔 마시며 슬렁슬렁 걸어 다니며 다음 초음파를 기다렸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자세를 바꾸지 않고도 목 투명대를 잴 수 있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목 투명대와 콧대 모두 정상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하루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며 같은 건물의 Life Lab으로 가 피를 뽑았다. (한국은 산부인과에서 모든 검사를 진행해주지만 캐나다는 초음파와 피검사를 다른 기관에서 받아야 한다. 역시 의료 시스템은 한국이 제일 편리하다.) 번거롭기도 하고 약간의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그래도 검사를 했다는 것 자체가 안심이 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