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이를 책임져 줄 든든한 나의 팀
임신 소식을 알리자마자 가까운 지인이 가장 먼저 물어본 게 바로 미드와이프 신청 여부였다. 알고 보니 캐나다에서는 의사가 아닌 미드와이프를 통해 기본적인 검진을 받고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은 듯했다. 미드와이프는 '조산사'로 번역이 되는데 한국의 개념과는 다르다.
한국의 조산사는 의사의 감독 하에 분만 위주로 도와주는 보조 인력인 반면 캐나다의 미드와이프는 대학교에서 관련 전공을 정식으로 졸업하고 인턴쉽을 거쳐 독립적으로 진료를 볼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의사와 미드와이프 둘 다 1차 의료진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둘을 동시에 보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다만 미드와이프는 산모와 아이(단태아)가 모두 건강한 경우를 주로 보는 반면 산모 혹은 아이의 건강이 좋지 않거나 다둥이 등의 특수한 경우에는 의사를 봐야 한다. 그리고 미드와이프를 보더라도 산모나 아이에게 이상이 생길 경우 바로 의사에게 연결시켜 주기 때문에 의료적 차원에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국 시스템에 익숙한 우리 부부는 처음에 당연히 의사를 선호했지만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면서 미드와이프 신청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 산후조리를 도와주실 엄마가 사랑이 예정일 다음 날에 도착하실 터라 더욱 고민이 됐다. 의사는 분만하는 순간 역할이 끝이지만 미드와이프는 출산 후 6주간 주기적으로 아이와 산모의 상태를 체크해주고 기본적인 질문들도 받아주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10주 차에야 미드와이프 신청서를 제출했다. 런던에는 미드와이프 센터가 3군데밖에 없고 어디가 자리가 날지 알 수 없었기에 우선 온라인으로 세 곳에 신청서를 모두 제출하고 연락을 기다리기로 했다. 보통 임신을 확인하자마자 신청하는 경우가 많기에 우리는 늦은 감이 있어 자칫하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온타리오주의 경우 온타리오 내에 거주하는 것만 확인이 되면 외국인 신분이어도 무료로 미드와이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아마 많은 외국인들이 신청하지 않을까...)
운 좋게도 몇 주 후 한 군데에서 연락이 왔고 떨리는 마음으로 남편과 첫 방문을 했다. 그리고 그 날 나는 미드와이프를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우리의 기본 프로필, 건강상태, 아이의 상태, 그동안의 진료 기록, 가족 및 친척의 건강상태, 나의 수술 / 지병 이력, 현재 하고 있는 것, 재정상황 등에 대해 자세하게 상담을 진행한 것은 물론 미드와이프의 개념과 이 서비스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비용은 어떻게 되는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상담이 진행될지, 비상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행정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미드와이프 입문 단계 수업을 들을 듯한 느낌!) 아무래도 의사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해서 이렇게 개인적이고 감정적으로 편안한 케어가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주저 없이 산부인과 의사와의 예약을 취소하고 미드와이프를 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날 처음으로 사랑이의 심장소리를 들었다. 그동안 초음파 테크니션은 영상으로만 확인해서 우리는 알 수가 없었는데 정말 추쿠추쿠추쿠- 하는 소리가 꼬마 기관차 같았다.)
이제 기형아 검사도 완료했고 한 달에 한 번씩 걱정 없이 기본 검진을 해줄 미드와이프도 만났으니 이사 갈 집만 잘 구하면 되겠구나- 하고 한 시름 놓았다. 벌써 중기에 접어들고 있으니 사랑이에 대한 걱정도 조금은 덜었고. 산부인과 의사 오피스에서 기형아 검사 결과 건으로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평화로운 날들의 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