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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싼타페 Aug 03. 2020

나에게 시골은

Country is sittin’ on the back porch listen to the whippoorwills late in the day

  시골은 오후 늦은 시간 뒷 뜰에 앉아 쏙독새 우는 소리 들으며 쉬는 곳

Country is mindin’ your business helpin’ a stranger if he comes your way

  시골은 어떤 낮선 사람이 도움을 청할 때 자기의 일 같이 신경 써 주는 곳

Country is livin’ in the city knowin’ your people knowin’ your kind

  시골은 서로가 잘 알고 서로가 고마움을 알며 살아가는 곳

Country is what you make it, country is all in your mind

  시골은 무엇이든 자신의 뜻을 이루어가고 전념하며 살아가는 곳

Country is workin’ for a living thinkin’ your own thoughts lovin’ your town

  시골은 자기가 사는 마을을 사랑하며 자기의 생각을 키우며 살아가는 곳

Country is teachin’ your children find out what’s right and stand your ground

  시골은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은 일인지 깨우쳐 주며 원하는 길로 가게 하는 곳

Country is a havin’ the good times listen to the music singing your part

  시골은 자신을 노래하는 음악을 들으며 좋은 시간을 갖는 곳

Country is walkin’ in the moonlight, country is all in your heart

  시골은 자기의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달 빛 아래 거니는 곳 

                                                                            - Country is / Tom T. Hall     


    시골 길을 걷다보면 생전 처음보는 자그마한 메뚜기 한 마리에 놀라 달음질 치다가도 꼬리치며 달려오는 강아지에게는 쪼그려 앉아 한참을 놀아주기도 한다.  이웃집 처마에 늘어진 봉숭아 꽃잎 몇 개 따다가 작은 손톱에 물들이기도 하고 길가에 드문드문 맺힌 산딸기라도 만나면 한 줌 가득 따내어 입에 넣어 오물거리며 걷기도 한다.  간밤에 내린 비로 질퍽해진 진흙 길이 경쾌하게 내딛던 발걸음을 주춤거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곁에서 바람에 살랑거리는 이름모를 작은 꽃들에 이내 시선을 빼앗기기도 한다. 시골길은 언제 걸어도 정겨움이 묻어난다.     


    도시에서만 자란 탓에 비 오는 날 신발조차 젖을까 조심스레 걷던 나를 스스럼없이 흙탕길을 뛰어다니게 만드는 곳.  작은 벌레 한 마리에도 몸서리치며 뒷걸음질 치던 나를 닭이며 염소를 거리낌없이 돌보게 만드는 곳.  타잔이 되어 나무 위에 올라 소리 쳐 보기도 하고 톰 소여가 되어 나무 위에 얼기설기 넝쿨을 엮어 집을 만들어 잠들게 하던 곳.  자다가 개미한테 잔뜩 물려 밤새 고생해도 아침이면 밥도 먹기 전에 다시 산으로 가 전날 만들어둔 집이 잘 있나 확인해야 안심하고 도로 내려 오게 만드는 곳.     


    시골은 한 여름 냇가에서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모여 도구도 없이 물고기 잡는다고 뛰어다니며 옷이 다 젖어버려도 누구하나 옷 버렸다며 야단치지 않고 오히려 고녀석들 참 재미지게 노네 하며 너털 웃음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어른들의 여유가 있는 곳이다.  물놀이 나온 어른들이 배 고플테니 와서 함께 먹으라며 손짓하는 정겨움 가득한 사람 냄새 물씬 풍겨나는 곳이다.  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쳐나가는 급박함 대신 이집저집 인사하며 느릿느릿 걸어가는 이들의 손에는 저녁거리가 들려있어도 여전히 느긋한 곳이다.  때약볕 아래 허리 굽혀 구슬땀을 흘리며 풍년을 바라는 마음으로 논밭을 돌보다가도 아무개네 무슨 일이 생겼다더라 하면 한 걸음에 달려가 내 일처럼 도와주는 이들은 모두 한 가족인 곳이다.  맛난 음식이라도 할 때면 가족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맛나게 먹다가도 이웃 생각에 한 접시 가득 담아 얼른 전해주고 오는 것은 늘 그래왔던 자연스러운 모습일 뿐이다.     


    과실이 한창 익어갈 무렵이면 포도는 파란 미소로 살구는 붉은 수줍음으로 인사하고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는 강아지는 큰 소리를 내어 인사한다.  새빨간 옷을 입은 토마토들이 빨강 파랑으로 옷 입은 고추들 곁에 서서 서로 키를 재보기도 하고 자기 옷이 더 예쁘다 자랑하듯 모여있는 곳.  아무도 손대지 말라고 가시로 옷 해 입은 알밤들이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마음껏 가져가라며 스스로 입 벌려주는 곳.     


    신기한 장난감이 없어도 돌 나무 꽃들이 장난감이 되어주고 같이 놀아 줄 친구들 몇 안 되어도 이웃집 강아지랑 뒷산의 토끼가 같이 놀자 뛰어오고 재미난 놀이터가 없어도 산 들 냇물이 놀이터가 되주어 신나고 또 신나게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도록 하는 곳.     


    어릴 적 온 종일 이산저산 뛰어다니며 놀아놓고 자면서도 노는 꿈을 꾸던 곳.  커서 과학자가 되겠다느니 대통령이 되겠다느니 서로 꿈을 나누던 곳.  드넓게 펼쳐진 자연 속에서 꿈을 꾸던 곳.  이제 다 자라 아이들이 꾸는 꿈에 흐믓한 미소를 짓는 지금도 한 달음에 달려가 다시 꿈을 꾸고 싶은 곳이 바로 나의 시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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