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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싼타페 Aug 09. 2020

누가 브라질 덥다 그랬어

몸으로 배워야 나답지

    브라질 생활 벌써 일 년이 넘어가고 있다.  이곳에 올 때 겨울 옷은 죄다 버렸다.  남미는 덥다는 선입견과 주변 지인들의 정보를 종합한 결과 초겨울 옷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리라 여겼다.  하지만 직접 살아보니 영 아니올씨다이다.     


    7월.  한국은 한참 여름으로 접어들어 무더운 날씨에 땀 좀 흘리겠지만 이곳 브라질은 겨울로 접어들어 낮에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제법 쌀쌀하다.  밤에는 전기장판을 켜야 할 정도로 춥다.  한국처럼 겨울을 생각해 지은 건물이 아니다보니 난방 시설은 전무하다.  그러다보니 방안이 오히려 바깥보다 추울 때가 많다.  요 며칠 추위를 잘 타지 않던 나는 기모 후드티를 입고 산다.  지난 겨울엔 한참 북쪽에 위치한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었던 덕분에 크게 추운 것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곳 쌍파울루는 많이 다르다.  꽤 춥다.     


    유난히 추위를 타는 아내는 내복은 차마 못 입겠는지 얇은 옷만 여러 겹 껴입고 산다.  지난 겨울에는 내복도 입더만 이번에는 좀 더 버티다 입을 요량인가보다.  더 따뜻한 브라질리아에서는 내복을 입더니 더 추운 여기서 안 입는 게 수상하다.  눈치로 봐서는 이미 입은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추위를 타면서 겨울의 나라 노르웨이에서는 어떻게 살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브라질은 남미 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큰 땅을 소유한 나라다보니 지역마다 날씨 차가 심하다.  브라질 최남단에는 눈이 내렸다고 뉴스에서 보도까지 해주는 것을 보면 넓긴 넓은가 보다.  일 년 열두 달 뜨겁게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과 타는 듯 한 더위는 글쎄 내가 사는 지역이 좀 아래에 위치한 지역이라 그런지 아직까지는 선뜻 동의해주기가 그렇다.     


    우리는 수 많은 정보 속에 허우적 거리며 살아가고 있다.  개중에는 정말 중요하고 요긴한 정보들도 많지만 확인되지 않은 어이없는 정보들도 적지 않다.  소위 정보화 시대라는 지금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도 굉장한 능력으로 인정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몸이 안 좋거나 우기 때 으슬으슬 해지면 사용하려고 가져온 전기장판이었지만 요즘은 매일같이 사용하게 된다.  안 가져왔으면 어쩔 뻔 했나 싶다.  제대로 된 정보를 얻었더라면 이 추운 겨울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지낼 텐데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우리가 미처 확인하지 않고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던 선입견에 가득 찬 몹쓸 정보들에 화가 난다.


   브라질 단어 중에 ‘안다’라는 뜻을 가진 ‘saber’와 ‘conhecer’라는 단어가 있다.  ‘saber’는 지식처럼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말할 때 사용하고, ‘conhecer’는 직접 경험해서 아는 것을 말할 때 사용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안다’라는 단어에는 구분이 없었는데 이곳에 와서 그 차이를 제대로 배우고 있다.  


    누가 그랬는지 기억에는 없지만 대충 아는 것은 모르는 것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들어서 아는 것과 직접 경험해서 아는 것은 큰 차이를 보인다.  확실히 나는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워야 제격이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명언은 나를 위해 지어진 것임이 분명하다.


    그나저나 한국에 들어갈 일이 생기면 내게 겨울 옷 별로 안 챙겨가도 괜찮다고 말해준 이들을 하나하나 찾아낼 작정이다.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랬냐고 따져야 속이 좀 풀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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