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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본 유학생 상도 Oct 21. 2023

일본인 친구 사귀는 것에 대한 “인연”에 대해

N성향 90%가 유학 갔다가 쓰는 인연

나는 인연이라는 걸 믿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건, 그냥 만나는 것일 뿐이다.

거기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만나다 보면 그냥 나랑 맞는 사람끼리 어울리고, 아니라면 그냥 안 만나면 될 뿐의 이야기였다.


게다가 애초에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돈, 감정, 시간 등 써야 한다는 게 싫었다.

막상 만나서 놀면 즐겁게 놀지만, 그런 걸 쓰기가 싫어서 굳이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나를 싫어하면 싫어하는 거고,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고.

내겐 그런 것보다 게임에서 더 높은 랭킹을 따는 게 중요했고, 혼자만의 취미와 삶이 중요했다.


그러다가 유학 가서 사람을 만나는 게 공부이고, 일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이 믿음이 나에게 정말로 혁명적이었는데,

실제로 굉장히 도움이 됐고 배운 것도 많아서 유학을 잘 갔다 왔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 “인연​”이라는 근본도 없는 믿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참고로, 링크 영상을 보고 이걸 읽으면 일본인 친구 만드는 부분에 대해서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미스터 도넛 함 더 먹고 싶다.

나의 인간을 만나는 태도에 대하여

친구를 만드는 건, 솔직히 말해서 진짜 많이 쉽다.


정말로 내가 비속어를 섞어서 쓸 정도로 미친 듯이 쉬운 일이다.

이건 내가 외향형(E) 인간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로 진짜 쉽다.


단, 친구의 기준을 낮추면 말이다.


언어라는 것이 담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마다 사용하는 말의 의미가 조금씩 다르며, 사과라는 단어만 하더라도 사람마다 조금씩 생각하는 게 다르다.

예를 들어, 먹는 사과라고 쳐도 “붉은 사과”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초록색 사과“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여기에는 “친구”라는 단어도 해당된다.


위에서 말한 친구는 “인사 정도 하고, 간단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이”는 진짜로 쉽다.

그냥 만나서 인사 몇 번하고, 쓸데없는 스몰토크 몇 번에, 밥만 한두 번 먹으면 쉽게 친구가 될 수가 있다.


예전에는 이런 관계를 만드는 것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쓸데없는 감정과 에너지,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했기에 아예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관계라는 것이 시작되는 것이고, 사람마다 접근해도 되는 범위가 다르다.


예전의 나는 이런 간단한 사실을 몰랐기에 대부분의 친구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건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허억

일본인 친구랑은 어떻게 친해지셨어요?

라는 질문을 들으면 이런 대답을 한다.


1. 운이 좋았어요.

2. 인연이 있었으니까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둘 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인연이라는 게 왜 있느냐고 생각하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냐면 나랑 친해지기는 어려운 편이기 때문이다.

내가 기본적으로 남에게 관심을 가지려면 “이상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근데 막상 일본 사람들이랑 친해져 보면, 특이한 사람을 그다지 없다.

개성 넘치는 사람이나 재미있는 사람은 정말로 만화 속에나 있는 법이지

쉽게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잘 안 하고, 평범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래서 진짜로 나와 맞는 사람을 찾기란 어려웠다.


근데 이상하게 지금 만난 애들은 꽤나 개성적인 느낌이다.

심지어 나도 상당히 이상한 사람이라 자부하는 편인데, 나랑 진짜 비슷하다고 느낀 친구가 있었다.

[초식남, 책 좋아함, 씹덕, N성향, 같은 대학, 같은 유학생, 자기 나라 싫어함 등등]

공통점은 더 많긴 한데, 대충 나열하면 이랬다.


이런 인간들을 외국에서 보다니, 이게 도대체 뭘까 싶었다.



아니.. 그냥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돌라고..


솔직히 구체적인 방법은 진짜 단순한 소리인데.. “그냥 포기하지 말고 많이 만나라”다.  

다만, 최대한 만날 기회와 이벤트 같은 게 많이 생길 방법으로 말이다.

나 같은 경우, 그게 유학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랜덤채팅으로도 가능하고 모임에서 만난 사람과 말을 이어가다가도 가능하다.

그렇게 만나다 보면 뭔가 이상하게 나랑 말이 맞는 사람이 있다.

나 같은 경우, 그런 사람을 찾기가 정말로 어려웠다.


스스로도 마이너한 것들만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공통점이 맞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작은 이벤트로 만나게 되고,

말도 안 되는 작은 사건으로 친해지게 되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진짜로 인연이 있으면, 하다 보면 가능하다.

근데 반대로 인연이 없다면, 죽어라 해도 결국은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달라서 누군가는 “운명은 쥐는 것”이라는 진취적인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그것조차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운명을 쥘 수도 있겠지만, 성격과 환경 그리고 변수에 따라서 만나지 못할 사람은 평생 만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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