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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프맨작가 Jun 14. 2024

미켈란젤로 로뎅 아니, 무명작가의 따뜻하고 훈훈한감동

동화속 조각품의 감상후기


역사상 가장 유명한 조각가는 미켈란젤로였을 거라고 믿는다.


그의 작품 피에타와 다윗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영감으로 재창작 부활되고 있다.


그다음 유명한 조각가는 로댕과 카뮈일 것이다. 불행한 연인으로 파국을 맞았지만 그들의 작품들은


그들의 불륜 이상의 사랑만큼이나 큰 영감을 주었다.




내가 만난 조각품은 유명 박물관도 아니고 어떠한 전시회도 아닌, 공항 앞의 뜰이었다.


이렇게 평범한 것 같은 현대의 조각품 무명 조각가의 작품에서 그만큼의 감동을 받는다.


디즈니풍의 동화 속 캐릭터들이 조각품으로 스토리를 건네는 것 같다.













멜버른 외곽에 아발론 공항 입구에 서있는 소년상이다.


10세도 되지 않은 소년인데, 모형 비행기를 들고서 꿈을 꾸고 있다.


반바지를 입은 이 소년은 투박하게 보이는 모형 비행기를 틀 두 손에 움켜쥐고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곱슬머리의 귀여운 얼굴에 비해서 사뭇 진지한 표정이다.


장난스러운 얼굴에서 과학적인 통찰로 무장한 눈빛을 쏘아내고 있다.


이 아이는 꼭 비행기를 이륙시켜야 하는 이유를 갖고 있는 야망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왜 그럴까! 아마도 아직 비행기를 탑승한 경험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욱 비행기가 비상하는 하늘의 꿈을 모형 비행기에 실어 보내고 싶은 거다.













그것이 아니라 더욱 큰 야망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예 비행기를 운행하고 싶은 파일럿의 꿈이다. 아이는 어른이 되면 비행기를 타고 오대양 육대주의


세계를 누비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을 것처럼 보인다.


아이에게 그런 꿈이 있기에 세상은 좁혀졌다. 이제 세상은 24시간 이내 모든 대륙을 이동할 수 있다.


물론 전쟁이 없고 평화로운 항로만 보장된다면 더 빨리 비행할 수도 있다.


이 아이의 꿈을 위해서 우크라이나 전쟁도, 이스라엘의 전쟁도 종전되어 평화로왔으면 좋겠다.


전쟁지역을 피해서 우회사는 항로는 자칫 24시간 소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조각품의 아이는 다윗처럼 미소년은 아니지만 순수하게 생겼다.


대신 다윗의 돌팔매 무기 대신 장화를 신어서 단단하게 서있다.


이 아이의 조각품을 완성한 무명 조각가는 아이의 몸통만한 투박한 비행기를 아이의 두 손의 무게를 올렸다. 이 조각품은 비행기 없이는 완성될 수 없는 아이의 꿈이다.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빼앗겼던 시선은 곧 비행기에 실렸다.


우리 모두가 비행기에 여행의 꿈을 싣고 세상의 시공간을 옮겨 다닐 수 있는 이 시대의 축복을 받았다.


이 아이들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쇼핑몰 벽면 위도우에 멈추어 섰다. 이 조각품의 세 주인공이 꼭 노년의 내 모습이기를 바란 것이 욕심일까? 무명의 조각가는 이보다 멋진 포즈를 이토록 따뜻하게 그려내었다.


이제 중년 아니 노년의 꿈을 꾸면서 이 조각품에 한참 시선이 머물렀다. 이 조각품은 피노키오 풍인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그림처럼 그려내었다. 세 분의 멋진 노인들이 등장한다.


두 여인이 테이블에 앉아서  케이크 파티를 즐기고 있다. 한 여인은 수줍은 듯 코트도 벗지 않고 가방도 멘 채로 앞에 앉는 주인공의 미소를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친구의 우정이 그대로 웃음들에 번진다.












이윽고 남편인듯한 아니면 동네 친구인듯한 할아버지가 멋쩍게 모자를 들어 인사를 한다.


아마도 두 우아한 노년의 여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노년 신사인 것 같다.


오른쪽에 앉는 화사한 옷을 입은 할머니는 이 케이크 파티의 주인공일 것이리라.


그녀는 한껏 꽃무늬 치마로 멋을 내고 숄처럼 우아하게 감싼 스웨터를 걸쳤다.


핑크빛으로 가득한 패션이 그녀를 붉은 입술만큼 젊게 보이게 한다.








https://www.instagram.com/reel/C8J3LcgPdEM/?igsh=cmFkbjJ2djhtZjEw



동영상 정보 상세 보기            

미켈란젤로도 로댕도 아닌 무명작가의 감동적인 조각품  감상후기 미켈란젤로도 로댕도 아닌 무명작가의 감동적인 조각품  인스타 감상후기 환영합니다








다시 시선을 고쳐 보니 회색 코트를 입은 분이 남편 또는 남자친구 같기도 하다. 얼굴 형태가 남성적으로 힘 있는 옆 윤곽선이 돋보이고 코의 끝에도 남성다운 웃음이 다부져 보인다. 세월을 고스란히 담은 미소들이 아름답습니다. 저 미소들은 살아온 세상의 모든 사랑들을 알고 있다고 나지막하게 선언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다면 가운데 서있는 저 노신사는 이 두 분의 남녀를 축하하러 방문한 친구일지도 모른다.


콧수염이 도톰하게 난 것이 역시 두꺼운 눈썹만 한다. 이 노신사의 방문으로 분명히 케이크 파티를 더욱 활기를 띠게 된 것이다. 오른쪽의 화사한 여인의 미소에서 이들이 함께 추억의 한 컷 사진을 찍는 순간이 보인다. 이들 친밀하고 우아한 세 노인 친구들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케이크 파티의 잊지 못한 순간을 박제하였을 것이다.










이 무명의 조각가는 고대 그리스 로마나 르네상스식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그리지 않았다.


이 조각품들은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평범한 우리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20년 후에 저렇게 케이크 파티를 하면서 황혼을 맞이할 그런 순간일 것이다.


저렇게 여유 있게 웃을 수 있고 그렇게 친구들과 늙어가면 좋겠다.











지난달 호주 여행에서 담아온 조각품들입니다. 그 자리에 한참 멈추고 감상하였습니다.


조각품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동화 속 이야기를 순식간에 상상하고 창작할 것 같았습니다.


신의 경지에 이른 미켈란젤로도 로뎅의 조각품도 걸작일 것이 분명하지만,


어느 무명 조각가의 사람 냄새나는 이 사랑스러운 조각품들이 저에게 참으로 마음 깊이 와닿았습니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 비행기의 꿈이 이루어진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였습니다.


황혼 녘 함께 늙어간 친구들과 케이크 파티를 할 수 있는 순간들을 기대합니다.


어린이의 꿈만큼 노인의 꿈도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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