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두워도 여행해야 한다.
실수는 목숨을 위협하고, 나약함은 재앙이 된다. 중요한 것은 비행기 자체를 개선하는 것뿐 아니라 사람을 단련시키는 일이라고 리비에르는 생각한다. 용기는 자기 초월의 방법이다. 규율은 세상의 무질서와의 싸움이다. 그는 총책임자로서 비타협적인 사람이다.
- <야간비행>,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 용경식 옮김
이 글은 소설 <야간비행>의 주인공 리비에르의 리더 모습을 빼다가 박은 문장이다. 그에 비해 또 다른 주인공 파비앙 조종사는 결혼한 지 6주밖에 안된 낭만적인 인물이다. 파비앙은 어린 왕자의 어른 버전인 셈이다. 겉으로 냉혹하게 보이는 리더, 리비에르는 우편물 배송 항공대의 책임자로 조종사 승무원들을 강력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움직이게 한다. 그들의 비행기 운항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분초의 속도 경쟁에서 승리자가 되도록 하는 역할이다. 그에 비해, 파비앙은 별을 보면서 비행할 것인지 그보다 낮은 고도에서 비행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낭만주의자이다. 생텍쥐페리의 모습을 영락없이 닮은 조종사 파비앙은 거대한 어둠 속 폭풍우를 뚫고 질주하다가 그만 실종된다. 마치 생텍쥐페리 자신의 죽음을 이 소설에서 미리 재현한 것이란 소름도 돋는다.
이 소설의 내용처럼 나의 인생도 야간비행과도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늘 유목민처럼 고향, 고국에 머무르지 않고 낯선 나라들을 이주하면서 살아왔다.
이제 글을 쓰는 작가로 생텍쥐페리의 삶을 닮고 살게 된다. 그가 비행기를 조정하면서 글을 썼듯이,
나 또한 해외 일터의 내 생계 생업을 조정하면서 글을 쓴다. 전업 작가만이 답을 아니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생텍쥐페리는 유명 작가가 된 후에도 비행기 조정의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비행하면 사막도 지나고 바다 위를 나르게도 된다. 좋은 날씨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늘 위험에 노출된다.
안정적인 직업이 어디 있겠는가만, 위기에 잘 대처하는 운항법을 알아가면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인생은 <야간비행> 같은 것이다.
깜깜한 밤은 낭만적인 시인이 되게도 하지만, 폭풍전야, 안 보이는 곳을 뚫고 가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비행에는 내가 조종대를 잡아야 하고 계기판도 관찰하여야 하는 나만의 운행이다. 조정 사인 내가 운행을 두려워하면 비행기는 비상할 수 없다. 하물며 깜깜한 야간에 별들을 의존하여 날아야 하는 경우에 - 그것도 희망 사항이지만 별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 용기 없이 비상은 불가능하다.
땅 위에서 시인이 쓰는 낭만과 창공에서 쓰는 글은 다를 것이다. 그것을 해낸 작가가 생텍쥐페리였고 그는 조종사로서도 훌륭한 업적을 남겼고, 작가로서 우리 곁에 영원히 남겨 있을 위인이다.
그의 결혼생활은 10년간 극적으로 짧고도 비극적인 <어린 왕자>의 장미와 같은 관계였다. 나는 그에 비해서 특별하지만 안정된 가정생활을 이어가는 가장으로서 오래도록 글공부,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성장하는 글을 쓸 것이다. 24년째 해외 생활의 작가이란 점이 나의 차별점이 될 수 있도록 이 강렬한 여름날 야간 비행을 하는 모험을 기꺼이 감행하겠다.
한 달 반 사이에 중국 상하이와 베트남 호찌민을 세 차례 1주일씩 여행을 하였다. 거의 절반을 해외에 체류하였는데, 꼭 야간비행을 하는 것 같다. 어두워도 가야만 하는 의무와 책임감으로 삶을 여행한다. 이글의 메모를 시작한 것도 야간비행기 탑승자로서 공항 터미널에서 적은 것이다. 터미널에서 터미널로 이어지는 나의 여행 포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