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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프맨작가 Dec 06. 2024

<하늘에서 지상으로> 쓰는 편지, 어지러운 한반도

자랑스러운 한국인이고 싶습니다.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면 사람들의 세상뿐만 아니라 대자연을 향한 경외감으로 충만하여 보게 된다.


신은 그렇게 하늘에서 인간계와 자연계를 굽어볼까? 아닐 수 있다. 사람이기에 더욱 겸손하게 된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요지경이다. 이리저리 내려다보이는 이 땅의 모습들이 현실적이지 않다. 


정말 이대로 신은 사람들의 세상에 관여하지 않는 것인가? 고대 그리스의 에피쿠로스주의자들은 신은 있지만 이 세상 인간들의 삶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아예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하고 신에게 의지하지 말라고 하였다. 하늘 아래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있는데, 우리는 너무도 복닥거리면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인간의 존엄성을 자긍심으로 갖고 살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차피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는 우리에게 맡겨진 과제이다.  저 아래 우리가 살아가는 지상의 세상에 도착하면서 정말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야 함을 다짐하게 된다. 









성냥갑처럼 조그맣게 보이는 건물들 안에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 그 공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날마다 깨어나고 일하고 또 잠들지 않는가. 이 세상 이 땅에 대한 연민은 하늘에서도 가득하다. 절대로 그 애정을 담은 마음은 꺼지지 않고 제트엔진처럼 활활 타오른다. 지상에 닿을 때까지 연민으로 가득한 글이 편지가 된다. 그 편지는 점점 더 현실적인 무게에 또렷해지고 투명하게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비행기에서 더욱 겸허하게 나의 삶을 되돌아본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쭐대던 젊은 시절의 호기는 사라졌다. 사회생활 시작한 후 지난 만 30년간 25년 이상 해외살이 하였다. 전 세계 30여 개 지역을 여행하였다.  세계 곳곳의 도시들, 대륙의 시골마을들,  낯선 섬들,  세상의 바닷가들을 내려다보면서 하늘을 주름잡는 기분이었다. 그 기분은 뜬구름 잡는 것임을 알게 된 것은 중년이 되어서였다. 구름보다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어쩌면 환상이고 환각이었다. 냉정하게 깨달은 것은 이 땅 한반도는 내가 태어난 곳이요, 살 곳은 땅이요 지상임을 깨닫게 된다. 



해외에서 살면, 고국 고향의 소식이 더욱 궁금해진다. 간밤에 잠자리에서 들리는 놀라운 소식 - 계엄령과 철회, 탄핵 등등 어지러워 쓰러질 지경이다. 국민들은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릴까? 12월 연말 한반도, 이렇게 이 땅, 지상은 우리에게 평화롭지 않다. 일상의 안정이 무엇보다 꿈꾸게 되는 세상이다.  








건물들은 점점 더 가까이 보인다. 세밀하게 다가서면 작은 세상이 더 크게 보인다. 지상으로 가까이 올수록 모든 형태들이 명확하게 보인다. 지상에 닿기 1분 전 심지어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 길을 만들고 이동하는 것을 만나게 된다. 착륙을 위한 바퀴가 열린 후 착지할 때가 되어서야 안심하게 된다. 내가 속한 세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늘 속을 비행하는 것은 꿈결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이 땅에 두 발을 딛고 서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하는 것이리라. 이 땅에서 우리는 태어났고 이 땅에서 공기와 물을 마시고 성장하였다. 풀잎과 나무처럼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이 땅의 이삭처럼 고개 숙일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 땅에서 열심히 후회 없이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냉정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서있을 수 있어야 한다. 겸허하게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해내야 한다. 해야 할 일을 철회하거나 피해서 도망가지 말아야 한다.  




아직도 세상은 어지럽고 어수선하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다. 이 땅에서 긴박하게 살아야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관망하면서 살 수는 없다. 건강한 눈과 귀를 열어서 이 땅에 도움이 되는 존재로 살아가고 싶다.  나에게 쓰는 편지를 이 땅에 두발로 서서 읽어본다. 세상에 아무리 어지러워도 우리는 이 땅에서 살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편지가 아니고 이 땅에서 쓰는 편지를 읽고 싶다. 




2025년 12월 첫째 주가 흘러간다. 하늘처럼 비상하는 것이 아니고 담담하게 한 해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마음가짐이 된다.  지난 주말 밤에 1주일 출장 여행에서 돌아오는 심정을 소환하여 적어보았다. 



하늘이 보고 있고, 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 한반도입니다. 


<비상계엄령>과 철회의 소식, 연이은 탄핵 소식으로 간밤에 놀란 가슴을 쓸어안게 됩니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은 우리는 반드시 극복할 것이라고 기도합니다.  내 자리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을 꾸준히 하리라 믿습니다. ' 냉정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나에게 맡겨진 일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이다. 침착하자! 흥분할 필요가 없다. 격정에 휩싸이지 말자! 조용하고 담담하자!' 그렇게 결심하고 결행하려고 합니다. '이 땅에서 두 발로 굳세게 서서 날마다 주어진 나의 의무와 책임을 실천하면 되리라. 지구촌의 자랑, 한국인의 길을 따라서 흔들림 없이 나라사랑의 지평선 끝까지 걸어가리라.' 그렇게 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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