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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ffee Sustainabilist Dec 16. 2021

그래서 지속가능성이란 무엇일까 II

커피산업의 지속가능성

지속가능성을 선언하는 커피회사들


지난 9월 말, 커피회사 블루보틀(Blue Bottle)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2024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할 것’이라 선언했다. 그리니시 레터에서도 소식을 다루었듯이, 블루보틀은 탈 탄소 모델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여러 과제 중에서도 전기배출량, 커피소싱, 유제품, 폐기물의 주요 네 가지 분야에 대한 온실가스감축에 우선 집중한다고 밝혔다. 

(c) 블루보틀 코리아

블루보틀 이전에도 이미 지속가능성을 선언한 커피회사들이 있었다. 스타벅스는 2015년 커피 소싱에서 윤리적 구매 목표를 달성하고, 지속가능성을 위한 활동을 직접 수립해 실천하고 있다. 네스프레소 역시 ‘한 잔의 커피로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2003년부터 ‘AAA 지속가능한 품질™ 프로그램(Nespresso AAA Sustainability Quality™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ICO 같은 글로벌 커피 관련 단체들이 연구와 개발, 실제 프로젝트 등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는 2019년부터 ‘커피 지속가능성(Coffee Sustainability)’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SCA한국챕터에서도  2022년 초급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며, 이 과정을 소개하는 토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제 한국의 커피 업계에도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논의하기에 충분한 때에 이른 것이다. 


커피와 지속가능성의 문제들 


이전에 살펴보았듯이 지속가능성은 전 지구적, 전 분야를 아우르는 개념이자 목표이다. 그리고 커피의 지속가능성을 이해하려면 커피산업이 지구적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속가능성은 환경, 경제, 사회의 세 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커피 역시 분야별로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다음의 문제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환경(Environment)


*기후변화

기후변화가 세계의 커피 재배지역을 축소하고, 생산성을 낮추며, 품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 결과와 실제 현상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소비국의 역할이 강조되는 추세이지만, 생산지 측면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커피 재배지역이 감소해 다른 지역으로의 재배지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일 때, 새로운 지역에서 커피를 재배하면 또 다른 환경오염 가능성이 있다. 인증받은 종자를 사용하고, 수확량 증대와 건강한 토양 유지를 위해 여러 작물의 순환재배를 고려해야 한다. 발효와 가공에서 물이 과도하게 낭비되거나 오염을 줄이는 등의 노력도 당연히 중요하다. 새로운 가공방식이 빠르게 등장하고 소비되는 지금의 커피산업에서 생산지의 환경보호 이슈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커피가 탄소배출에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는 커피생산지와 같은 개발도상국보다 소비국인 선진국에서 더 많이 배출됐고, 지금도 더 많이 배출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국의 커피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즉각적인 탄소절감에 효과적이다. 블루보틀이 탄소중립 선언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중 77%는 이산화탄소이고, 이 이산화탄소의 약 85%가 화석연료의 사용과 산업과정에서 발생한다.

농업, 축산 등에서도 온실가스가 발생하지만 전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1/3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산업의 발전이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이다. 소비국으로서, 커피회사로서, 그동안 배출해온 온실가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원재료 소싱과 유제품 선택에서 재생농업을 고려하고, 회사 또는 카페 운영 시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경제(Economy)


*가격, 경제성, 빈곤의 문제 

커피 지수로 이루어지는 거래가 생산자들이 빈곤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은 설득력 있다. 커피 가격이 생산원가조차 보장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2016년 발표된 ICO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6~2015년까지 브라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4개국의 연평균 생산비 증가율은 각각 8.49%, 5.54%, 5.88%, 2.76%이다. 반면, 커피 지수의 증가율은 1.45%에 그쳐, 생산비가 늘어난 만큼 가격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 지수가 글로벌 거래의 위험분산으로 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지만, 그 위험성을 가장 취약한 개발도상국 생산자에게 오랫동안 누적시켜온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더욱이 요즘과 같이 선물지수 가격이 예외적으로 상승하는 순간에도 선물가격은 생산지와 소비자 어디에 수익을 보장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로 공정무역, 다이렉트 트레이드 등에서는 커피의 적정가격과 최소보장가격을 꾸준히 제안해온 바 있다.지속가능성의 우선순위가 그동안 ‘산업의 보호’에 맞추어왔다면, 이제는 커피생산의 위기를 보완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사회(Social)


*여성, 노동, 청년


커피산업에서 성 평등, 노동, 청년 같은 사회적 이슈는 생산지만의 고려사항이 아니다. IWCA(국제여성커피연합)의 COE 옥션 진출 등 글로벌 커피산업에서 젠더 스트림은 이미 큰 역할을 하고 있다. WBC(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에 여성 챔피언들이 등장하고, 남성 위주였던 로스팅 분야에도 여성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선진국의 커피회사, 카페에서 성평등 교육 역시 이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노동 문제는 어떠한가. 생산지에서 아동의 노예노동은 이미 공정무역에서 오랫동안 외쳐왔던 문제다. 커피생산지에서도 이주민의 노동문제를 꽤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생산자의 노령화가 진행 중인 생산지 커피산업에서 청년들의 일자리 이슈와 실업률은 많은 커피 회사와 단체들이 집중하는 이슈 중 하나이다. 


소비국에서 바리스타 직업은 대부분 청년들이 중심을 이룬다. 뿐만 아니라 시니어 바리스타, 장애인 바리스타 등 다양한 노동 주체를 커피산업에서 포용하는 문제도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 장애인바리스타 고용률 1위인 회사가 스타벅스인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우리가 커피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단지 생산지의 문제만으로 국한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속가능성의 행위자는 누구인가


그러면 왜 커피산업은 지속가능성에 책임을 느껴야 하는 걸까. 그리고 커피산업에서 지속가능성에 책임이 있는 행위자는 누구인가. 알려진 것처럼 세계적인 커피 교역량은 상당하다. 세계 커피산업은 2018년 기준 약 200조(2,000억 달러)에 달하며, 생두 수출의 가치는 그 10%인 약 20조(200억 달러)에 이른다. 반면 같은 해 지속가능성을 위해 투입한 비용은 3,500억(3억 5천 달러) 정도로 생두시장의 1.75%, 전체 커피 시장의 1%도 되지 않는다(coffee-barometer-2018).  


인간이 커피를 마셔온 지 수백 년, 1962년 국제적으로 커피 협정(ICA)을 체결한 지 60년이 지났다. 그동안 커피산업은 200조로 성장했지만, 불과 50년 후 커피의 멸종을 우려하는 시점이 됐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을 앞두고도 여전히 지속가능성에 투자하는 비용이 미미하다는 현실이야말로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다시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지속가능성에서 가장 많은 참여를 요구받는 대상은 기업이다. 그동안 지구와 인간 개발에서 기업이 미친 영향이 매우 큰 반면 책임지는 자세에서는 훨씬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이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ESG는 지속가능경영을 언급한 TBL(Triple Bottom Line)과 같은 개념이다. 커피회사와 카페가 ESG를 고민한다는 것은 곧 지속가능성의 행위자임을 말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 ESG를 고민하든지, 이미 나와 우리 그리고 커피회사는 커피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행위자이다. 커피생산자와 일하는 NGO나 공정무역 단체, 국제구호 단체만의 일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해법은 복잡하지만...


사실 지속가능성의 문제는 시작부터 이야기했듯이 간단하지 않고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전에는 일차원적이고 단순했다. 개발도상국 생산지의 빈곤을 위해 내가 조금 기부하는 것으로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는 환경과 사회의 문제, 경제적으로 연결된 가치사슬의 도미노 현상을 경험했다. 우리의 행위와 시스템이 각 영역에서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해결이 복잡해 보인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기후총회에서 커피 로스터가 모범사례로 언급되며 사례를 만들어냈다. 이미 지속가능성을 위해 활동해온 공정무역, 친환경, 유기농 등 여러 선택지가 존재한다. 탄소저감을 위한 커피 회사들의 다양한 사례를 검토하고 함께 참여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지속가능성을 위한 활동들이 실제 가치사슬 전반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지, 또 다른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닌지 분야 전문가와 상호 간에 모니터링하고 리뷰하는 것도 참여하는 만큼 중요하다. 


지속가능성은 근본적으로 힘의 문제를 다룬다. 소비자인 우리는 커피산업에서 분명히 힘을 가진 위치에 있다.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따라 우리 커피산업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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