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ffee Sustainabilist Jul 10. 2020

아름다운커피가 꿈꾸는 지속가능한 커피의 세계 I

커피를 마실 줄 모르는 농부들


아름다운커피는 2006년 네팔과 처음 공정무역 거래를 시작한 후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커피 생산지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이후 우간다, 페루, 르완다, 인도네시아 등 거래 산지를 늘려왔고, 농부들과의 직접 교류나 파트너십 관계 또한 깊어졌다. 그러나 점점 생산자들과의 교류가 점점 늘어날수록 그에 따른 어려움도 다양해졌다. 그중에는 구매자인 우리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큰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하나는 농부들이 비즈니스의 경험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었고, 둘은 커피를 마실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커피 산지를 방문해 본 경험이 있다면 커피 생산국 사람들은 우리들처럼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에티오피아처럼 전통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곳도 있지만 그 방법과 레시피는 북반구 주요 소비국인 우리들의 것과는 그 양상이 많이 다르다. 커피를 마신다고 해도 우리가 마시는 커피보다 훨씬 불균일하게 울긋불긋 태우거나 새카맣게 태우는 일이 다반사다. 일부 남미 국가처럼 에스프레소를 마신다고 해도 대부분 꼭 설탕이 필요하고, 전통적으로 차(茶)가 주력인 나라들은 커피보다 덜 복잡하고 저렴한 차를 선호한다. 그 예로 네팔 사람들을 들 수 있는데, 그들은 인도, 스리랑카처럼 찌아(차이, Chai)를 많이 마시며, 르완다 아프리카 사람들 역시 설탕 듬뿍 들어간 밀크티와 비슷한 아프리칸 티(Aftrican Tea)를 더 선호한다. 


그러면 왜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들은 커피를 마실 줄 모르는 걸까. 새삼스러운 질문이지만 사실 우리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커피는 식민지배 역사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식민지배 시절, 커피는 주요 수탈 작물이었고 지금의 생산국들은 공급자의 역할을 했으며 그 주요 소비국들은 지배국인 유럽과 북미였다. 이런 면에서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식민시대 지배국을 중심으로 발달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재배자들은 소비자를 위해 키우고 납품할 뿐, 정작 즐길 이유와 여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면 식민시대 이후는 어떨까. 개발도상국이 정치적 독립을 선언했다고 하지만 돈과 물자의 흐름에 따른 경제적 일방향성(one way)은 계속 이어졌다. 생산자들에게 커피란, 돈을 벌어야 하는 환금작물이고 소득원이었다. 키워 팔아서 돈을 벌어도 모자란 판국에 커피를 마시며 즐기는 문화라니.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생산자들과 직접 거래(direct trade)를 하며 느꼈던 많은 어려움들은, 단순히 언어 소통의 문제라기 보단 커피를 즐기는 문화적 공감대 부족으로 인한 것이 컸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품질이었다. 마시지 않으니 품질의 중요성을 공감하기 어려웠고 설득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러한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것이 커피의 공감을 위한 ‘방식’으로의 ‘문화’였다. 생산지에 카페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문화를 시작해보기로 한 것이다. 




커피 생산지에서 카페를 오픈하다


한국에서 카페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말과 법이 통하지 않는 남의 나라, 그것도 개발도상국 생산지에서 카페라니! 간혹 커피 생산국 대도시에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카페는 찾을 수 있었지만 막상 우리가 카페를 운영하려 하니 어떻게, 왜 해야 하는 걸까 라는 걱정이 생겼다. 그래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생산자들에게 커피를 알게 하고 커피로 소통하고자 하는 가치 중심의 목적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그만큼 단순하지 않았는데 아름다운커피 혼자서 진행하기에는 어려운 재정적, 기술적 조건들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생산지에서 함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길 원하는 다양한 협력자와 지원처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내 여러 도움과 지원을 받아 아름다운커피는 2015년 네팔(Nepal) 카트만두(Kathmandu), 2018년 르완다(Rwanda) 키갈리(Kigali)에 카페를 오픈했고, 지금은 인도네시아(Indonesia) 자카르타(Jakarta)에서 또 다른 카페를 오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름다운커피 네팔센터 카페 전경 ⓒ아름다운커피


하지만 시작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2015년 네팔 카트만두에 카페를 오픈할 당시에는 그야말로 엄청난 도전에 맞닥뜨려야 했다. 물론 처음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법이지만, 그 해 네팔에서 우리가 직면한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했다. 바로 카페 설립을 위해 2015년 네팔에 아름다운커피 법인을 설립하고 부지와 건물을 조사한 이후, 본격적인 오픈을 위해 인테리어 준비를 하던 그때였다. 2015년 4월과 5월, 네팔에서 81년 만에 큰 지진이 두 차례 발생했고, 카페 부지였던 카트만두와 커피 생산지였던 신두팔촉(Sindhupalchok) 지역 두 곳 모두 이 지진의 핵심 지역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카페고 사업이고 간에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인 데다 이 나라와 도시가 언제 다시 원래대로 회복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시의 그 어느 것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카페 인테리어 공사는 물론 계약한 건물도 지진으로 금이 갔다. 생산지 농부들은 모두 집을 잃었고 일부 농부는 목숨을 잃었으며 한국으로 수출될 커피도 소실되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6월쯤 오픈하려 했던 '아름다운커피 네팔 카페'는 그 해가 가기 전 2015년 12월 14일에야 문을 열었다. 그날도 엎친데 덮친 인도의 국경 봉쇄 문제로, 전기와 가스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픈 행사를 진행해야 했다. 가게를 처음 여는 그날조차 쉽지 않은 하루였다. 


이렇게 생산지 개발도상국에서 카페를 오픈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인 것만 같았다. 무슨 이유와 힘으로 우리는 그 해 그렇게 기어코 네팔에 카페를 열었던 것일까. 사실 지금도 실무자였던 나 스스로가 명쾌하게 답을 정리하기엔 꽤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잊을 수 없는 것은, 이 모든 과정이 우리와 생산자들의 삶의 문제라는 점이었다. 네팔 사람들과 카페 직원들에게 있어서 카페 오픈은 지진 이후 막막한 '일상 속 삶'의 문제였고, 지진으로 피폐해진 네팔 생산자들에게도 커피는 '삶'의 문제였으며 우리의 직거래 핵심 생산지인 네팔의 재건과 회복도 역시 '삶'의 문제였다. 네팔 농부들에게 커피를 경험하고 알게 한다는 것은 고차원적이고 듣기 좋은 레토릭(Rhetoric)이 아니라 우리와 그들의 삶의 문제였다. 이것은 지진과 같은 재난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었다. 




2015년 설립된 아름다운커피 네팔 카페의 수석 바리스타는 키샨 구릉(Kishan Gurung)이라는 친구다. 키샨은 마치 네팔의 스타벅스와 같은 '히말라얀 자바(Himalayan Java)'의 미국 대사관 지점에서 매니저로 일했던 유망주였고, 혼자 커피를 공부해 태국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에 나가 수상한 경험도 가지고 있었다. 네팔에서 생산하는 커피에 애정과 열정이 있었던 키샨은 아름다운커피의 수석 바리스타로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보조 바리스타는 아름다운커피의 네팔 생산지이자 지진 피해지역인 신두팔촉 이촉(Ichok)의 커피 농부 아들인, 수전 펀딧(Sujan Pundit)이었다. 신두팔촉을 떠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던 수전은 아름다운커피에서 키샨에게 커피를 배우며 보조 바리스타로 일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커피 네팔 카페 키샨 수전 한국 월드라떼아트배틀 참가 ⓒ아름다운커피


그러나 이들의 커피는 동기부여와 자극이 필요했다. 커피의 변방지역이나 다름없는 네팔의 바리스타들에게 커피는 여전히 어려운 음료였다. 아름다운커피는 한국의 전문가인 임종명 바리스타와 커피투어 한장섭 대표의 특별 훈련과 Coffee TV의 지원을 받아 키샨과 수전을 2017년 한국에서 열린 월드라떼아트배틀(World Latte Art Battle) 경기에 참가시켰다.(http://www.hani.co.kr/arti/society/ngo/806053.html) 물론 수상을 할 수는 없었지만 이 대회는 참여 그 자체로 두 바리스타에게 큰 자극과 동기가 됐다. 키샨은 이후 네팔에서 열린 네팔 바리스타 챔피언십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한 뒤 카페에서 로스터로 일하기 시작했고,  수전의 라떼아트는 일취월장으로 성장했다. 아름다운커피 네팔 카페는 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네팔 카트만두에서 커피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할 수 있게 됐다. 카페에서 퍼블릭 커핑(public cupping)이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바리스타 교육과 라떼아트 배틀이 진행됐으며, 카페에서 로스팅한 원두는 주변의 거래처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현재 네팔 커피 주요 이해관계자분들은 아름다운커피 카페에서 워크숍과 세미나를 열며 네팔 커피를 연구하고 있다. 우리가 어렵게 시작한 카페는 네팔이라는 차의 나라에서 커피 문화를 꽃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글은 월간 커피앤티(Coffee & Tea) 2020년 7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To be continued..... 

매거진의 이전글 공정무역, 지속가능성을 위한 혁신 I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