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온두라스 COE 결과와 여성의 커피
지난 8월 19일, 온두라스 2021년 COE 결과가 발표됐다. 흥미로운 것은 IWCA(International Women’s Coffee Alliance, 세계 여성의 커피 동맹) 온두라스 지부 회원들이 생산한 커피가 높은 순위에 오른 것이다. IWCA 온두라스 지부 회원들은 각각 COE 1위, 2위, 11위에 올랐고, 내셔널 부문에도 한 명이 순위에 올라 총 4명의 회원이 이름을 올렸다. 생산자가 IWCA 회원임을 표시하게 된 것은 IWCA와 ACE/COE의 협약 덕분이다. 지난 6월 IWCA와 ACE는 커피산업 분야에서 여성에게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에 협력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 첫 번째 활동으로 COE 우승자 중 IWCA 회원을 식별하고 두 기관이 협력하여 프로모션하는 것인데, 온두라스 COE에 4명의 IWCA 회원 생산자의 커피가 선정되었고, COE 결과에 생산자 이름과 함께 IWCA 로고를 표시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IWCA는 이 4명의 온두라스 지부 여성회원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중 COE 1,2위에 오른 두 생산자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ELEANE MIERISCH /FINCA SANTA LUCIA 농장, COE 1위>
저는 지난 15년 동안 가족과 커피 사업에 전념해 왔습니다. 비록 저는 니카라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제가 어렸을 때 우리는 미국으로 이사했어요. 그리고 텍사스에서 자랐고 그곳에서 간호학을 공부했고요. 이후 아버지의 뒤를 따라 산부인과 여성과 전문간호사가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저보다 먼저 니카라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오스틴(Austin)에서 지내면서 실습했지만, 어머니의 마지막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니카라과 집으로 돌아왔어요. 얼마 후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남동생은 저에게 가족사업인 농사에 동참하자고 설득했죠. 그래서 저는 의학을 그만두고 가족 커피 사업에 깊이 뛰어들었습니다.
이후 저는 재배, 수확, 가공과 커핑까지 공급사슬에 대해 배우며 시간을 보냈어요. 지금은 품질 관리 및 고객 대응에 초점을 두고 있죠. 흔히 남성 중심적이라고 하는 커피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으로서, 저는 여성들이 직면하는 별도의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저를 어렵게 하는 것에 도전할 때, 저뿐만이 아니라 비슷한 장애물에 직면한 모두를 위해 도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탁월하게 그 일을 이루어 성취감을 얻고, 모든 사람들에게 제가 이것을 할 수 있다면 당신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IWCA의 회원이 되는 것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목소리와 생각을 함께 모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리가 우리 사회의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IRIS DARIELA CARBAJAL /PLATANARES 농장, COE 2위>
Iris는 바리스타와 숙련된 커퍼(Cupper)가 되기 위해 커피 가공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목표는 구매자들에게 더 나은 품질의 커피를 제공하고, 또 치의학 공부를 마치기 위해 그녀의 커피가 더 나은 가격 협상력을 갖는 것입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더 잘 소통하기 위해 그녀는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작년 뇌종양 진단을 받았고 산살바도르(San Salvador)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COVID-19에 감염되었고 IWCA 온두라스 지부는 그녀의 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약 5만 달러를 모금했습니다.
(IWCA 글로벌 블로그 참고. 글쓴이 번역)
최근에 한국에서도 IWCA 한국지부 모임 소식이 알려졌다. 한국지부 창립을 위해 뜻있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우리나라에 ‘여성의 커피’ 상품도 생겼다. 2019년 공정무역 커피회사 아름다운커피에서 여성의 커피 브랜드를 카페쇼에 처음 론칭했고, 여성의 커피에 대한 세미나와 IWCA 한국지부를 위한 첫 모임이 시작됐다. 이후 올해 2021년 또 다른 관심 있는 이들이 IWCA 한국지부를 위해 두 번째로 모였고, 현재는 한국지부를 위한 법인 설립 준비 단계에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한국 커피 시장에 새롭게 등장하기 전, IWCA는 2003년 미국과 중미 코스타리카, 니카라과의 여성들이 함께 뜻을 모아 커피 산업 분야에서 여성에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고 서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자 만들어졌다. 그리고 점차 아프리카 국가에도 지부를 설립하고, 일본, 호주와 같은 소비국에도 지부가 설립되어 더 많은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여성이 지속가능한 커피산업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COE와의 협약과 온두라스의 사례를 보듯이 향후 더 많은 COE 결과에서 IWCA 여성 회원 농부들을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왜 여성의 커피가 이슈인걸까. 여성은 글로벌 커피 산업에 실제 보이는 것보다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전 세계 커피 농장 20~30%는 여성이 직접 운영하며, 어떤 곳은 70%의 노동을 여성이 담당한다. 그러나 남성보다 토지, 자본, 정보와 같은 중요한 자원에서 훨씬 소외되고 있다. 커피 생산국에서 여성들은 대부분 농장, 밭의 주인으로 법적 등기를 할 수 없고, 은행에 자신의 명의로 통장을 개설할 수 없다. 교육과 농업보조금은 남성들이 거의 받으며, 커피 거래도 모두가 남성들이 담당해 실제 돈은 남성들이 가져간다. 이렇게 여성이 소외되면 정보와 소득의 격차가 생겨난다. 이런 현실은 여성 혼자 생계를 책임져야 농가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여성의 소외는 커피 산업의 발전에 장애물이 된다. 여성이 재배기술이 부족하고 남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커피 생산지의 빈곤의 복합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세계식량기구(FAO)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농부가 남성보다 2~30%가량 생산성이 낮은데, 정보, 자본, 기술 등 주요한 자원에 여성이 접근할 수 없고 사회문화적으로 지위가 낮아 의사결정에서 계속 소외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의 역량부족은 농가의 소득감소로 이어지고, 아이들의 영양공급에 영향을 주며, 결국 농가의 빈곤을 심화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근거로 글로벌 커피산업에서는 최근 소외되는 여성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남성 중심이었던 생산자에 대한 지원들이 여성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IWCA 외에도 Cafe Femenino 등과 같은 여러 단체도 여성 농부를 지원하며, 이들이 생산/가공한 커피는 브랜드 상품이 되어 점차 거래량을 늘려가고 있다. CQI에서도 여성 농부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지원했고, SCA에서도 주요 어젠다로 논의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여성의 커피를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사실 한국에 2019년 여성의 커피 브랜드가 생기기 이전에도 이미 ‘여성의 커피’는 글로벌 생두회사를 통해 한국시장에 공급되어 왔다. 다만 여성의 커피인지 몰랐을 뿐이다. 한국에서 ‘여성’을 특정해 브랜딩하면 따라올 수 있는 페미니스트/성평등/혐오의 이슈나, 그간의 우리의 젠더에 대한 무지때문에 이를 가려왔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논쟁과 불안감을 넘어 여성의 커피의 궁극적인 핵심은 지속가능성에 있다. 여성 농부를 지원하는 것은 커피 생산과 가치사슬 전반을 보완하고 산업을 더 발전시키기 위함이다. 남성으로 편중되고 여성이 소외되어 온 지원과 거래로 더 개발하지 못한 커피품질을 높이는 것이고, 여러 가지 위기로 어려워지고 있는 커피 생산지의 지속성을 높이는 일이다. 커피산업의 플레이어를 다양하게 하는 일이며, 그간 소외된 여성이 더욱 커피산업에 기여할 수 있게 문을 여는 일과 같다. 앞으로도 온두라스의 사례처럼 COE 등 다양한 좋은 커피에서 여성의 커피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온두라스 #COE #IWCA #sustainability #지속가능성 #여성의커피 #womenincoff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