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CANT GET VAXXED
얼마 전 르완다의 커피회사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늘 방문하던 미국 커피 엑스포 대신 내년에는 한국 카페쇼에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오랜만에 한국과 르완다의 상황을 서로 주고받았다. 코로나 때문에 마지막으로 르완다를 방문한 지도 벌써 2년, 오랜만의 소식이 반가웠다. 르완다의 상황이 더 궁금해진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그런데 르완다 백신 접종율은 어때요? 백신은 맞았어요?”
“물론이죠. 우리도 거의 다 접종을 끝냈어요. 코로나 상황도 매우 좋아졌는걸요.”
그럭저럭 대화를 끝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계를 찾아봤다. 역시나 르완다의 백신접종 완료율은 15.5%, 전체 국민 중 약 190만 명만이 접종을 완료했다. 그 친구는 왜 내게 그렇게 말했을까. 이 친구는 커피를 파는 마케팅 직원이다.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여러 곳과 소식을 주고받다 보니 아마도 백신접종을 완료했다는 안도감을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최근 한국도 미국에 이어 3차 백신 부스터샷 접종이 시작됐다. 이제 우리는 매년 코로나 백신을 맞아야 하지 않을까, 어렴풋이 이런 생각이 든다. 몇 달 전 미국이 가장 먼저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당시 수많은 뉴스에서 세계적으로 백신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생산된 백신들은 미국과 유럽 등이 먼저 받았고, 국내에서는 백신 수급이 늦어지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사람들은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하고, 이 상황을 불안해했다. 하지만 어느새 상황은 달라졌다. 화이자, 모더나가 3차 부스터샷을 언급하며 국제보건기구(WHO)와 부스터샷의 필요성에 대한 공방을 펼치더니, 이제 1/2차 접종을 마친 나라들이 부스터샷을 너도나도 시작하고 있다.
11월 초, 현재 세계 백신접종 완료율을 살펴보면 39.4%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인구 10명 중 4명만 접종을 완료한 셈이다. 그렇다면 커피생산국의 상황은 어떨까. 일단 접종률이 70%를 넘는 상위 30개 국가를 살펴보면 대부분 유럽, 아랍, 한국, 일본 같은 커피소비국이다. 커피생산국은 중국, 캄보디아 단 두 곳뿐이다. 접종률 14%를 밑도는 하위 30개 국가를 살펴보면, 이집트, 아랍 등 몇몇 사막 국가를 제외하고는 전부 커피생산국이다.
코로나가 커피생산지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 최근 세계 2위 커피 생산국 베트남의 봉쇄조치는 전세계 커피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 확진자 수 급증, 백신 부족 등의 이유로 국가 내 이동을 막으면서 커피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생산국 곳곳에서는 커피농장에서 일할 노동자 투입이 어려워지고, 이미 수확을 끝낸 커피를 항구로 실어 나를 인력 확보도 힘들다. 전세계적인 컨테이너 부족과 물류비 상승도 커피공급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요즘 모두가 아우성인 커피값 고공행진과 물류대란은 생산지의 이러한 상황과 모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생산국이 코로나로 계속해서 신음하고 있다면, 이 문제들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몇몇 커피인이 지난 9월 말 미국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2021커피엑스포를 통해 작은 캠페인을 시작했다. #cantgetvaxxed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시작된 이 캠페인은, 미국 정치권을 향해 커피생산국들이 코로나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45개의 저개발국가에서 커피를 생산하지만, 이를 주로 소비하는 것은 50개의 선진국들입니다. 현재 농부, 협동조합 같은 커피생산자들과 현지 물류회사, 항구 근로자처럼 공급사슬에 있는 사람들은 매일 코로나 인한 죽음의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커피생산지가 위협받고 있는 동안, 미국은 자국 내 3차 백신 보급에만 신경쓰고 있죠. 단 한번이라도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사람이 존재한다면 공급사슬의 공정성과 백신 형평성은 이뤄질 수 없을 것입니다.”
10월 1일은 ‘세계커피의날(International Coffee Day)’이다. 국제커피기구(ICO)는 이 날을 기념해 매년 캠페인을 펼치는데, 올해는 ‘커피의 다음세대(Coffee’s Next Generation)’라는 주제로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세계커피의날에 우리는 다음세대 젊은 커피인들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그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모든 커피 커뮤니티가 혜택을 누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커피산업의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
커피의 다음세대를 위한다면 지금 정말로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저 메시지가 발표됐던 ‘세계 커피의 날’에도 전세계 커피생산국에서는 겨우 1.9%의 사람들만이 백신을 접종했을 뿐이다. 이마저도 한 번 이상 백신을 접종한 숫자이니, 접종완료라고 부를 수 있는 사례는 그보다도 적을 것이다. 미국 같은 나라들이 3차 부스터샷을 논의할 때 커피생산국은 여전히 코로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들을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과연 커피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CANTGETVAXXED, 뉴올리언스에서의 저 외침이 지금의 현실을 너무 잘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