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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Dec 05. 2023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새벽 수영을 마치고는 부지런히 샤워를 끝내야 한다. 수영시간은 6시부터 6시 50분까지 50분간이고 샤워를 마치고 머리까지 말려 체육센터에서 출발해야 하는 시간은 7시 10분! 늦어도 그 시간 출발해야 집에 7시 30분에 도착할 수 있다. 아이들은 남편이 깨우고 있지만 남편도 출근 준비를 해야 하니 가서 아침을 챙겨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는 일은 너무 힘들다. 게다가 날씨가 추워지니 일어나기는 더욱 괴롭고 일어나서 가야 하는 곳이 물속이라는 것이 더욱 일어나기를 뜸 들이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수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 즐겁다.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이 참 좋다.

교통편이 좋지 않아 차로 체육센터를 오고 가는데 차에서 듣는 음악과 엉따가 내 맘을 참 따뜻하게 한다.

이 맛에 수영한다~


얼마 전 샤워 후 정리를 하고 있는데 전혀 모르는 아주머니가 나와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분에게 뭐라 말씀하셨다. 한 번에 못 알아들은 나는 “네?”하고 반문했다.

“어제 낮에 아쿠아워킹 하시는 80대 할머니가 수영장에서 실수를 했대요. 아휴 나이 드신 분들은 좀 조심히 셔야지….”

순간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옆에 분이 다시 설명해 주셔서 이해했다.

아 그런 일도 있구나..

수영장 물을 다 뺄 수 없으니 간단히 뒤처리를 했다는 이야기에 비위가 상하기는 했다. 하지만 바로 이어 옆에 분과 동시에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제 일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 물속에 있다 나온 지금 나는 몹시 께름칙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그게 내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누구나 늙는다.

건강을 위해 수영장에서 운동을 하지만 내 몸을 내가 어찌할 수 없을 때가 올 수도 있다.

그 할머니도 얼마나 난감하고 창피하셨을까?


수영장에서 돌아오는 길

할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음에, 내 마음이 더 따뜻했다. 할머니가 이 일로 운동을 그만두시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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