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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Dec 06. 2023

신랑님~ 진행하시겠습니까?

#나의 아르바이트 1

나의 아르바이트 역사는 19살 수능이 끝나면서부터였다. 이제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용돈이라도 내가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온전히 부모님 도움 없이 생활하지는 않았지만, 돈은 벌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중 나의 대학시절 주말 아르바이트는 중학교 친구의 도움으로 시작했던 예식장 아르바이트였다.

친구는 굉장히 생활력이 강했다. 여기저기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다 했던 것 같다.

토요일이 되면 친구와 약수역에서 만나 지하철을 타고 수유역으로 향한다. 수유역에 있는 예식장에 도착하면 친구의 대학친구들 3~4명이 합류한다.

친구는 이 아르바이트 팀장이다. 이렇게 팀을 꾸려 이벤트를 진행한다. 우리는 빨간색과 흰색으로 된 투피스 이벤트 의상을 입고 모자를 쓴다. 두 명씩 짝을 지어 예식이 시작되기 전 홀로 투입된다.

그러면 저쪽에서 긴장하고 있는 신랑을 우리 팀장인 친구가 모셔 온다. 예식의 순서를 알려 드린다.

우리는 예도를 들고 신랑과 신부가 지나갈 때 예도를 들고 내리며 진행을 돕는다. 순서를 다 설명하고 나면 친구는 특유의 상냥한 미소를 머금고 신랑님께 질문한다.


“이렇게 축포까지 하셔서 신랑신부 10만 원씩 추가됩니다. 아름다운 신부님을 위해 이벤트 진행을 하시겠습니까~?”

이렇게 식순을 듣고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는 신랑님은 거의 없다. 게다가 이때는 결혼식도 참 많았다.

예식장 한 홀에서 식을 진행하고 사진촬영까지 40분이면 식이 끝났다. 우리는 이 홀, 저 홀을 뛰어다니며 예식을 도왔다.

우리와 같은 아르바이트 출신 주례선생님의 매번 같은 부분에서 하는 유머를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모든 식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예식장 뷔페도 먹을 수 있었다. 그때 먹었던 예식장 뷔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예식장 아르바이트는 일 년 정도 했던 것 같다.

신랑님에게 오더를 따내는 일도 아르바이트 마지막쯤에는 나도 했다. 오더를 따는 자리는 식진행만 하는 것보다 금액도 많았다.


그해에는 참 많은 부부를 탄생시켰다.

“ 신랑님~ 이벤트를 진행하시겠습니까~?”


지금도 어딘가 누군가의 결혼식 사진에 내가 빨간 유니폼을 입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칼을 높이 쳐들고 있는 사진이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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