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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Dec 14. 2023

샴푸의 요정

#나의 아르바이트 6.

첫 회사에 입사하고 한 달 열심히 일을 하고 첫 월급을 받던 날!

나의 첫 월급은 60만 원

수습기간 3개월간 60만 원이었다.

하지만 내 통장에 찍힌 금액은 60만 원이 아니었다.

‘어라~왜 60만 원이 아니지?’

나는 경리 과장님께 묻는다.

월급이 60만 원이면 거기서 세금을 제하고 주는 거야. 블라블라블라..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3개월간 난 60만 원이 채 안 되는 급여는 받을 거라는 이야기. 벼룩의 간을 내어 먹지!

수습이 끝나고 100만 원 급여를 받게 되자 과장님이 말씀하신다.

“이제 청약적금을 넣어. 그게 비과세도 되고 나중에 도움이 될 거야. “

급여에서 세금이 빠지는 것도 모르는 내가 안쓰러우셨는지 적금을 제안해 주신다. 그래서 바로 청약통장을 만든다. 뭔지 모르지만…


사회초년생, 첫 번째 회사의 일 년은 너무 힘들었다. 뭐든 쉬운 일이 있겠냐만은 도저히 이 ‘을’의 상태로 지내는 게 힘들어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나의 걱정이 시작되었다. 청. 약. 적. 금!

엄마에게 청약적금을 넣어야 하니 돈을 좀 빌려달라고 했다. 엄마는 네 적금을 왜 내가 주냐며 싫다고 하신다.

‘아, 큰일이다. 적금 넣을 돈이 없다.’

그렇다. 나는 적금을 제 날짜에 안 넣으면 안 되는 줄 알았다. 이렇게 금융에 무지했다.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알아봤다. 다시 취업하는 건 겁이 났으므로..

전 직장에 실장님이 동생이 다니는 회사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뽑는다며 소개해주셨다.

하는 일은 샴푸를 판매하는 일!


그렇게 나는 샴푸의 요정이 되었다.

마트에 가면 물건을 홍보하며 서비스로 샘플등을 함께 주는 분들의 일이었다. 샴푸의 포장지 색과 동일한 흰색과 파란색으로 된 유니폼을 입고 샴푸를 판매한다. 마트에 있는 다른 직원 분들과 다른 옷을 입고 있는 게 처음엔 너무 어색했다. 또 하루 8시간씩 서서 하는 일이 고되긴 했다. 그나마 전 회사보다 급여도 좋은 것이 장점이긴 했다.


매장이 항상 고정된 것이 아니다 보니 서울의 마트를 이곳저곳 다녔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일이건 아르바이트건 자리에 고정되어 있기보다 돌아다니며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마트마다 특색이 있고 분위기가 다르다. 작은 마트는 작은 마트대로 큰 마트는 큰 마트대로 직원분들이 나를 대해 주시는 것도 달랐다. 어떤 곳에서는 혼자 점심을 해결하고 어떤 곳에서는 함께 어울려 먹기도 했다. 나름 이 아르바이트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을 때쯤, 어느 날 손님이 골프 캐디를 해보지 않겠냐며 명함을 주시고 가셨다. 명함을 받고 나니 이럴게 아니라 다시 취업을 하고 경력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이 필요했다.

그렇게 3개월 샴푸의 요정은 끝이 났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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