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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Dec 15. 2023

우리 순이씨들

3일의 휴가를 보고

“ 김해숙이랑 신민아 나오더라. 너랑 보면 한바탕 울고 나올 것 같아.”

지난번 만나서 스치듯이 이야기했었다. 다음날 바로 연락이 온다.

“네가 말한 그 영화 같이 보자.”


그녀와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다. 네 명이 함께 지금까지 30년 넘게 우정을 쌓아 오고 있다.

중학교시절 교환 일기도 주고받았던 친구.

그때는 토요일도 학교를 갔던 시절이라 토요일 학교를 마치고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김일성의 사망 뉴스도 함께 보았던 친구다.


엄마의 장례식에 손수건을 두 장 사들고 와 우리 자매에게 건네주던 친구, 3일 내내 장례식장을 찾아오고 발인일에 장지까지 와서 함께 해주었던 친구다.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고 6년쯤 후에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친구 어머니와 우리 엄마는 같은 곳에 계신다. 엄마 장지에 왔던 기억으로 친구는 엄마를 같은 수목장에 모셨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성묘를 가도 서로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온다.


친구는 엄마를 보내드리고 무척이나 힘들어했다. 돌아가신 게 너무 갑작스럽기도 했다. 친구는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중학교 때는 친구어머니가 회사를 다니셔서 자주 뵙지 못했다. 친구가 우리 집에 와서 엄마를 보는 일이 더 많았다. 친구는 우리 엄마도 많이 그리워했다. 엄마가 해주던 냉면을 아직도 기억한다.

내가 둘째를 낳았을 적에 친구 어머니는 친구 편에 반찬을 만들어 보내셨다. 친정 엄마도 없이 아이를 낳아서 얼마나 고생이겠냐며… 그때의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그런 우리 둘이 돌아가신 엄마가 딸을 만나러 3일간 휴가를 나온다는 스토리의 영화를 본다.

생각보다 영화는 잔잔하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고 영화를 보며 휴지를 건넨다.

평일 영화관의 사람은 거의 없다. 오롯이 엄마를 그리워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우리도 엄마대한 미운 기억, 아쉬운 기억이 아예 없었을 리 없지만 우리는 엄마와 더 함께 하지 못한 게, 엄마가 있어서 행복했었음에, 그때 좀 더 그 시간이 소중함을 빨리 깨닫지 못했음에 아쉬워하고 그리워한다.


엄마는 언제나 자식 걱정이 먼저다. 자신의 상황보다 자식에게 더 해주려고 자신을 희생한다.

영화 속에서 엄마도 그렇다. 그저 내 딸이 웃으며 살기를 바란다.

영화를 보고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가야 해서 총총걸음으로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우리.

엄마의 바람처럼 우리 더 행복하자고, 웃으며 살자고 다짐한다. 부운 눈으로 각자 반대방향 지하철을 타고 간다.

두 분 순이 씨(두 분 다 이름 끝자가‘순’이다)를 그리워하는 우리 두 딸은 학교를 마치고 기다릴 아이들을 맞으러 엄마가 된다.


우리 둘의 엄마 순이 씨들 감사해요.

정말 많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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