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등목을 기억하며
작년 제대로 된 홈트의 맛을 보고 내 몸이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 바로 땀이 난다는 것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그동안 땀이 안 났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난 정말 땀이 안 났다.
얼굴은 지금도 땀이 나는지 잘 모르겠으나 몸에는 땀이 흐르기까지 한다.
홈트를 처음 해 본 시기는 코로나로 회사에서 단축 근무를 하던 때다. 일찍 퇴근하고 집에 오면 종일 집에서 답답하게 있었던 아이들과 동네 산책을 했다. 그것만으로 부족한 날에는 아이들과 옥상에 올라가 아이들은 작은 풀에 몸을 담고 놀고 나는 유튜브를 보며 이 홈트, 저 홈트를 기웃거렸다. 그렇게 여름에 운동을 할 때도 땀이 흐르지는 않았다. 그러다 작년 빅시스님을 만나고 나의 땀샘이 열린 것이다.
나이 탓일 수도, 또는 기후 탓일 수도… 뭐 이유는 복합적일 수 있으나 내 땀샘은 열렸다.
<사진 출처 : 유튜브 빅시스>
빅시스 홈트는 하는 공간은 매우 좁다. 딱 매트 하나 깔아 놓고 한다. 유산도 운동도 있고 근력 운동 동작도 있다. 무엇을 하든 이젠 땀이 흐른다.
이와 함께 내가 처음 해 본 것이 바로 냉수 샤워다.
어릴 적 여름이면 수영장이나 계곡에 가서 놀곤 했는데 물이 너무 차게 느껴지면 내 양쪽 허벅지는 두드러기가 올라오곤 했다. 빨갛게 넓게 퍼진 두드러기는 가렵기까지 했다. 햇볕을 쬐고 몸을 따뜻하게 해야만 다시 가라앉았다. 어쩌면 그때부터 나는 차가운 것을 더욱 멀리했는지도 모른다. 차가운 물도 먹지 않았고, 에어컨 바람도, 선풍기 바람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1년 12달 따뜻한 라떼까지…
그랬던 내가 작년부터 이렇게 한 여름에는 찬물 샤워를 한다. 물론 아직 찬물을 몸에 댈 때는 어휴, 어휴 소리가 절로 난다. 어찌나 차가운지 닭살이 올라올 때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씻고 나야 몸에 열이 좀 빠진다. 운동하고 따뜻한 아니 미지근한 물로만 씻어도 열기가 빠지지 않아 씻고 나와도 다시 땀이 흐른다.
오늘도 운동 후 찬물 샤워를 했다. 어휴, 어휴 소리를 내는데 문득 아빠의 등목이 생각난다. 예전에 살았던 집들에는 좁건 넓건 마당이 있었다. 그리고 마달 한편엔 수돗가가 있었다. 아빠는 여름에 퇴근하고 오시면 윗옷을 벗고 수도 앞에 가서 ‘엎드려뻗쳐’ 할 때의 자세를 하시고 엄마를 불렀다.
엄마는 “그냥 샤워를 하지! “하시면서도 아빠의 등에 찬물을 끼얹어 주셨다. 아빠의 등을 타고 목까지 시원하게 내려오는 물을 맞으며 아빠는 ”어휴~어휴~시원하다~“를 반복하셨다.
나의 냉수 샤워를 하며 그때 아빠의 소리를 내본다.
“어휴~어휴~시원하다.”
또다시 여름이다.
아빠의 젊은 시절 냉수 등목, 엄마의 시원한 선물
<사진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