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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Jun 15. 2024

청천벽력이라는 것

-응급


텅 빈 공항 대합실...

첫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딸아이가 병원에 입원을 했다. 결석 제거를 위해 쇄석술을 시행했다는데 왼쪽 신장이 5조각으로 부서졌다는 소식으로 어안이 벙벙했다. 이윽고 응급 수술을 하게 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소식. 혈압이 떨어지면 위험하다고 한다. 큰 딸 옆에 남편 혼자 있다. 청천벽력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 것이다. 밤새 병원을 오가며 겨우 대학병원 응급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진통제로 통증을 조절하고 출혈이 지혈되길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파쇄술로 이런 상황은 극히 드물며 의료사고 운운한다. 큰 교통사고 같은 경우가 일어났을 때 보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두려움과 걱정으로 사색이 된 채 비행기에 오른다. 生과 死라는 것은 이렇게 가깝게 있었다.



꽃도 펴보지 못한 자녀들이 아픈 모습은 더욱 쓰린다. 살아온 경험으로 인해 그들의 모습에 연민이 생기기 때문일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인간이란 생로병사 앞에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지 온몸이 다시 곧추세워진다.



응급 수술이 진행되었다. 신장을 살리는 쪽으로 혈관조영술을 시도해 보자고 수술실로 들어갔다고 한다. 다행히 의료진이 신뢰를 주었고 남편은 눈물을 머금은 채 기도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열 달을 뱃속에서 키워내 세상에 나온 딸, 이제 성인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불행이 불현듯 찾아왔다.


내가 너무 무심했을까? 자책도 해 본다. 공항버스에서 톡으로 진행상황을 체크받고 있었다. 달려가 품에 안겨주고 싶다. 딸아 기운 내 이겨내고 있으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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