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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나무 Sep 25. 2020

Oma와 Oppa

학교는 4시쯤 끝났다.

아마 저학년 친구들은 더 일찍 끝났던 것 같고

4,5,6학년은 그보다는 더 늦게 같은 시간에 끝났다.

등교했던 그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갔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일을 하셨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네 댁으로 갔다.

부모님 댁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 집은 정말 예뻤다. 

드넓은 농장에는 소를 여러마리 키웠고 prince라는 이름의 개도 있었다.


할머니는 Oma, 할아버지는 Oppa라고 불렀다.

독일에서 넘어온 분들이었던 것 같다.


그 집은 평화 그 자체였다.


느긋한 노래가 흘러나왔고 행복한 기운이 넘쳐흘렀다.

1층에는 부엌과 응접실과 작은 방이 있었는데

방안에는 Oma가 직접 한 십자수로 만든 명화들이 액자에 걸려있었다.

이삭줍는 사람들이나 고흐의 해바라기 등이 걸려있어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휴식의 상징인 편안한 흔들의자가 하나 있었는데 

Oma는 거기에 앉아서 십자수와 뜨개질을 하신다고 했다.


2층은 딱 사적인 공간이어서 딱 한 번 가봤는데 침실이었다.


대부분은 1층 응접실과 들판에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스쿨버스를 타면 Michaela와 함께 Oma네 집에서 내렸고

Oma는 항상 인자하고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그리고는 차를 끓였다.

거의 대부분은 홍차를 마셨는데 홍차를 끓인 후에 우유를 살짝 부어서 밀크티로 마셨다.

기분에 따라 우유의 양을 조절할 수 있어서 좋았다.

따뜻한 차에 차가운 우유가 섞이며 기분 좋은 맛이 났는데

창 밖으로 소들이 있고 눈이 내리고 있는 풍경이란

정말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 한폭의 그림 같던 날들이 이제는 기억에서 점점 흐릿해져가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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