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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나무 Oct 22. 2020

카쥬 콘서트

카쥬라는 악기를 아시나요?

아주 앙증맞고 귀여운 관악기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연주하기 쉬운 악기 중 하나라고 해요.

음을 섞어 허밍을 하면 카쥬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조금의 변형과 증폭을 시켜주는 단순한 악기랍니다.


정확히 어떠한 경연대회였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그 지역의 작은 대회였을 거에요.

차를 타고 갔었죠.

주변의 다른 초등학교들도 많이 참석을 했어요.


노래경연대회였어요.

한달가량 아주 열심히 음악 시간에 연습했어요. 

우리는 특별한 무기를 준비했어요.

그냥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1절과 2절 사이에 카쥬공연을 같이 하기로 한거죠.


연습은 굉장히 재미있었고 

다른 학년 친구들과도 함께 섞여 연습을 해서 몰랐던 친구들과도 많이 친해졌어요.


드디어 대망의 경연날이 왔고

앞 차례의 팀들의 노래를 긴장되는 마음과 함께 즐겼어요.

실수하면 안된다는 생각과 그동안의 연습한 것을 모두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들.

그리고 우리 보다 먼저 한 팀 중에 딱 듣기에도 정말 멋있는 노래를 선보인 팀이 있어서 더 긴장되었죠.


드디어 순서가 되고 앉아있던 자리에서 차례차례 일어나서 순서대로 무대에 올라갔어요.

무대에는 조명이 눈부셨고 그렇게 크지 않은 홀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왜이리 떨리던지.

그래도 같이 한 친구들이 있어서 안심이 되었어요.

키 순대로 다섯 줄로 맞추어 섰는데 5,6학년들이 있어서 저는 4번 째에 섰었어요.


노래는 무난무난했고 1절이 끝나고 드디어 카쥬공연이 시작되었어요.

카쥬 공연이 생각보다 길이가 있었고 중간에 쉬는 타임에 사람들은 끝난 줄 알고 기립박수를 쳤어요.

정말 어찌나 가슴이 벅차던지.

기립박수가 몇분간 지속이 되었고 아직 카쥬 공연이 남았는데

저희들은 박수를 받으며 잠시 멈추어야 하는지 아니면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지 눈치를 보았어요.

지휘해주시는 분 조차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일단 공연을 이어갔죠.

정말 좋게 노래가 끝나고 자리에 앉았어요.

모든 순서가 다 마치고 시상을 했는데 

저희 팀은 순위 안에 들지는 못했어요.

사실 노래를 잘 한 팀이 정말 많았거든요.

대신 특별상을 받았었어요. 


노래에 대해 자신감도 없고 아주 많은 흥미가 있지 않았었는데

그때 노래에 대한 기쁨을 맛보고 음악이 더 재밌어졌어요.


10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도 그 카쥬공연때 불렀던 것을 다시 부를 수 있을정도로 정말 기억 속에 생생해요.

친구들과 함께 해서 더 좋았고 무조건 순위경쟁이 아니라 즐기면서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정말로. 


한국에서 중학교 일학년이 되어서 수행평가를 받을 때는 노래가 이렇게 즐겁지는 않았는데.

어려서 그랬을 수도 있고. 평가 받지 않고 함께 노래를 즐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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