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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나무 Dec 10. 2021

한 평 고시원 방

고시원이라는 공간에 2년 정도 살았었다.

처음 고시원에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금액적인 이유였다. 

보증금이 없고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서. 

사실 월세가 원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내가 살던 방은 외부에 창문이 있었고 작은 냉장고와 옷장과 텔레비전도 있었다.

화장실은 공용으로 써야 했지만 깔끔했고 거의 외부에 있었기 때문에 방이 비좁은 것은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살기에 부족한 점도 없었다.


고시원에 온 첫날 옆에 시장에서 오천 원어치 전과 동그랑땡을 사다가 공용 주방에 있는 전과 함께 먹었다. 그다음 날은 바로 아래 1층에 마트에서 청포도를 사다 먹었다.


창 밖 풍경은 단조로웠고 평화로웠다. 장 보러 온 할머니, 책가방을 맨 학생들, 직장인들까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1층에 마트가 있어서 언제나 유행 가요가 흘러나왔다. 멜론을 듣지 않아도 음악이 들리는 신나고 좋았다.


방 안에 매트리스는 싱글 사이즈였는데 몸 하나 들어가기에는 충분했다. 다만 키가 나보다 더 큰 사람들은 비좁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책상도 깨끗했다. 위에는 책장도 크게 있어서 가지고 온 책들을 모두 꽃아 도 자리가 남았다.


고시원에서 원룸으로 옮기려는 생각이 들고나서는 모든 것들이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그전까지는 꽤 괜찮았다. 

사람의 생각이 무서운 게 한번 고시원이 불편하다고 생각이 드니 이전에는 아무 생각 없던 것들이 참지 못할 정도로 불편하게 느껴졌다.

옆방 아저씨의 방문 닫는 소리,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아래층의 노랫소리, 공용화장실을 이따금 기다려야 하는 것 등 모든 것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결국 원룸으로 이사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은 원룸 보증금을 삼기에는 충분했다.

이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고시원 그 한 평 남짓한 방에 무슨 짐이 그리 많던지 이삿짐을 싸는데 과자박스로 몇 박스나 나왔다. 부동산 계약해주신 분과 함께 고시원에서 짐을 옮기며 그렇게 고시원과 헤어지게 되었다.


고시원은 나에게 정말 감사한 공간이었다. 내가 혼자 있을 때 버팀이 되어준 공간이었고, 나의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기반이 되어준 공간이었다. 나의 스무 살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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