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나무 Aug 15. 2020

어색하기만 한 넬슨

작지만 큰 도시

밴쿠버를 경유하여 넬슨에 도착했다.


회색빛 머리카락을 가진 중년의 여성분이 넬슨에 도착한 아이를 맞이해주었다. 

캐나다에서 아이의 엄마가 되기로 한 여성분은 친절하게 인사해주었지만 첫 만남이 언제나 그렇듯 꽤나 어색했다.


짧은 인사를 마친 후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혼다차를 타고 또 30분쯤 갔을까 호수가 나왔다.

그 호수는 꽤 길쭉하니 넓었고 반대편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ferry를 타야 했다.

신호등도 없고 바로 앞이 물인데 차가 멈추기에 왜 여기에 정차했는지 처음에는 의아했다.

강을 건너기 위해 다리 대신 차들을 강 반대편으로 옮겨주는 배가 있었다. 

그 배는 3교대로 조종사분들이 움직여주셨는데 그중 한 분이 캐나다에서 아이의 아빠였다.

배를 타고 강 반대편으로 건너가 15분쯤 달려 길이 난 골목으로 들어가니 집 한 채가 나왔다.


정면에서 보면 3층이었고 측면에서 보니 2층인 집이었다.

차를 타고 집 근처로 가자 개가 엄청 짖어댔다. 그 개는 정말 무섭도록 짖어댔다. 

길었던 이동이 끝이 나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아이는 설렘보다는 그 낯설고 큰 집에서 잘 머무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 집에는 아들 둘과 딸 하나가 있었는데 아들 둘은 이미 대학을 가 타지에서 살고 있었고 아이와 함께 지낼 사람들은 부부와 한 명의 딸이었다.

아이보다 2살 많은 그 집 딸은 금발머리를 했고 어렸지만 매너가 좋았다. 


집은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전형적인 외국 집이었다.

아이가 사용할 방은 그 집의 첫째가 사용하던 방이었다. 

방의 침대는 퀸 사이즈 정도는 된 것처럼 매우 컸고 흔들의자가 있었으며 책장과 옷장이 있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짐들은 모두 정리하고 저녁을 먹었다. 

식탁의 상석에 앉아서 저녁을 먹게 되었고 몇 마디 말들이 오갔는데 완벽한 의사소통이 안되어 몸짓으로 소통을 하였다.


각 가정에는 룰이 있듯 이 가정에도 아이들이 지켜야 할 것이 있었다. 

바로 침대에 가서 자는 시간이었다. 

bedtime은 저녁 8시였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이른 시간에 잠에 들어본 적이 없어 잠이 오지 않는다고 이후로도 몇 번 투정을 부려봤지만 보통 캐나다에서 초등학생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그때였고 8시가 되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집에 온 첫날 자기 전까지 무얼 할까 하다가 책을 보기로 했다.

방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한국에서 가져온 영어책을 꺼내 읽어 보았는데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국어도 아니고 영어로 쓰인 책을 억지로 읽어보려 했지만 그런다고 해서 집중이 되지는 않았다.

책을 읽는 척하며 아이는 사실 아주 많이 울었다. 

캐나다에 있었던 시간 중에, 어쩌면 10살 꼬마 아이가 그때까지 살아오면서 기억하는 것 중 가장 많이 울었을 것이다. 


그 날은 하루가 참 길었다. 


이렇게 하루가 긴데 앞으로 얼마나 있어야 다시 한국으로 갈 수 있을지 너무 막막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부모의 품을 벗어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일었다.

 물론 캐나다에 보살펴줄 분들이 계셨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고 언어도 달랐으니 부모님과는 달랐다.


어쩌면 아이는 그때 처음으로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자신 곁에 언제나 계시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부모님은 이전까지 보호자라는 이름으로 불려졌지만 앞으로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나 보다.


꼬마 아이는 숨죽여 울었지만 이내 씩씩한 모습으로 돌아와 캐나다 부모님께 저녁 인사를 드리고 잠에 들었다.


그렇게 넬슨에서의 첫째 날이 지나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캐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