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당약사 Feb 19. 2024

눈을 보고 말해요

자동문이 활짝 열리고 여러 명의 사람이 들어온다.

곧이어 들리는 소리

"안녕하세요! 처방전 이쪽으로 주세요"

나를 포함한 응대 직원은 입으로는 하나같이 똑같은 말을 하지만

시선처리는 모두 제각각이다.

환자의 눈이 아닌 허공을 바라보며 똑같은 문장만 읊조리고 있을 뿐이다.

곧이어 나는 조제실에서 쏟아져 나오는 약을 환자에게 건네주기에 급급하다.

약을 비슷하게 처방받는 분들이 많기에 내가 전달하는 내용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이 순간 나의 입은 거의 똑같은 문장을 뱉어내고 있으며

나의 동공은 환자의 눈이 아닌 조제약을 향한 경우가 많다.

그 순간에는 미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진심이 제대로 전달됐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공허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우리는 비대면이 익숙해진 세상에 살고 있다.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만나서 대화를 하기보단 SNS를 통해 문자로 의사소통하는 게 익숙해져 버린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시대적인 흐름에 어떻게 편승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난 성격이 소심하고 내성적인 탓에 사람과 대화할 때 상대방의 눈을 잘 쳐다보지 못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하지 않던가.

성인이 된 지금도 난 상대방의 눈을 보고 말하는 것이 어색할 때가 많다.

하지만 직업의 특성상 이 부분은 개선해야 했다.

왜냐하면 같은 말이라도 눈을 보고 말하냐 아니냐가 상대방에게 다르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눈을 보고 말하면 적어도 나의 진심이 왜곡될 확률은 낮아진다.

동시에 내가 말을 할 때도 더 진정성 있게 말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점점 더 만남 자체가 귀중해져 가는 걸 느끼는 요즘

나와 1초라도 마주한 인연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며

온기가 느껴지는 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데워주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두 가지 비극 말고 행복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