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두 Apr 24. 2024

00. 프롤로그

2023년, 디자이너로 돈을 번지도 10년이 넘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은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뭔가 있어보이는 직업, 하나는 돈을 지지리도 못버는 직업. 

나는 이 둘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 내 별명만 봐도 알 수 있다. 

소, 들소, 일등급 소, 돈미새.


내 주위에는 디자인에 대한 깊은 고찰과 뜻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많다. 직업적 소명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도 동창회를 나가면 동기들은 디자인이란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는 것, 미래에 의문을 제시해야 하는 것, 과 같은 토론을 격정적으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한다. 

'아니라'고 표현대신 '못한다'고 한 것은 어느정도는 나의 집안 배경에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어릴때부터 반지하에서 살았던 나에게는 어떤 직업을 갖을 지언정 그 조건의 일순위는 '돈'이었다. 가장의 역할을 하는 엄마의 짐을 얼른 대신 들어드리고 싶었다. 나에게 디자인이란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 그저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고, 그렇기에 돈을 벌 수 있으며 우리 가족을 웃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자인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했다.

교복을 입을때는 상금을 노리고 미술대회를 나갔고,

대학 교정을 걸을때는 온갖 디자인 관련 아르바이트와 교내 기업 장학생을 했고,

대학 졸업을 한 이후에는 이모티콘 출시, 디자인 외주, 각종 인턴쉽, 크라우드 펀딩, 일러스트 작가, 대기업 입사까지 등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내세울만한 것이라고는 없지만 무소의 뿔처럼 나아갈 힘 하나만 갖고 덤빌 자신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그들에게 내가 손톱만큼의 용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또 동시에 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한 번쯤 익명의 힘을 빌려 해보고 싶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만 보면 누구나 행복해보인다.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어두운 면은 있다.

과장님, 작가님, 실장님 등 만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불리는 나이지만 그 누구도 내가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고 짐작하는 이가 없을 것이다. 나는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있으니까.


 3n년만에 솔직한 얘기를 처음으로 하는 것이 기대가 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다소 우울한 얘기들이 많겠지만 그 모든 여정들이 고통스러웠던 것은 아니니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