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해외 취업자의 연애
첫사랑이란 말이 스칠 때마다 지루한 시간은 맥박 치며 빛났다.
그 남자를 다시 만나기까지는 일주일이나 남아 있었지만
오래간만에 맛보는 기다림의 시간은 황홀했다.
무엇을 입고 나갈까.
첫사랑이 긴 치마를 허리띠로 동여매고 시장바구니를 들고 나타난다면 그 남자가 얼마나 실망할까.
나 또한 그 남자가 첫사랑이거늘.
그건 첫사랑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나는 이것저것 좋은 나들이옷을 꺼내 입고 거울 앞에서 나를 비춰보았다.
어떤 옷은 점잖아 보이고, 어떤 옷은 촌스러워 보이고,
간혹 요염해 보이는 옷도 있었다.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남자가 나에게 해준 최초의 찬사는 구슬 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구슬 같은 처녀이고 싶었다.
-박완서 <그 남자네 집> 중에서